빙상 대표팀의 새 유니폼 논란이 과학적 비교 테스트 무대로 옮겨가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평창올림픽을 9개월 여 앞둔 4월25일 대표팀 새 유니폼으로 네덜란드 업체 '헌터'의 경기복을 선정했다. 빙상 여제 이상화가 인터뷰를 통해 기존 경기복에 대한 만족감을 공개적으로 표시했음에도 무리한 공급사 변경 배경에 의혹이 증폭되던 상황.
변경 전 유니폼이던 '스포츠 컨펙스'를 대표팀에 공급하던 '휠라' 측이 반발했다. 선정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과학적 근거자료를 제시했다. 휠라 측은 네덜란드 마르켄 소재의 DNW 본사에서 최근 실시한 윈드터널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윈드터널 테스트는 항공기, 자동차, 미사일 개발에 주로 이용되는 하이테크 테스트다. DNW는 DLR 과 NLR 이 합작투자해 설립한 비영리기관으로, 윈드터널 테스트에 있어 세계적인 공신력을 갖춘 기관이다.
이번 테스트는 기존 스포츠 컨펙스의 소치 올림픽 버전과 헌터의 2016~2017 플랜티나팀의 최신 버전 스피드스케이팅 러버수트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번 결과에서 스포츠 컨펙스의 경기복은 무게와 저항에서 헌터를 앞섰다. 스포츠 컨펙스의 무게는 300g으로 헌터의 335g보다 35g 가벼웠다. 또한, 스피드에 직결되는 공기저항도 10% 이상 헌터 경기복보다 낮았다.
실험은 고정된 더미(인형 모형)에서 표준 방식으로 진행됐다. 풍속은 28~66 km/h로 지정했고, 각 지점에서 15초 동안 데이터를 수집해 명확한 평균가를 측정했다. 힘(공기저항 마찰계수) 측정지표는 표준화 된 CFmx로, 이 지표는 동적 압력으로 나눈 값과 단위 면적을 기준으로 계산됐다.
우선 CFmx(Force Coefficient: 레이싱 스피드로 인한 맞바람으로부터 받는 힘)값은 스포츠 컨펙스의 경기복이 헌터 경기복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로 인해 발생되는 저항(Drag) 값 역시 스포츠 컨펙스 경기복이 헌터에 비해 두드러지게 낮은(최고 10% 이상) 것으로 입증됐다. 0.01초가 승부를 가르는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이 두 가지 측정값은 스피드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항이다.
이 시험 결과표에 대해 서울대 체육교육과 안주은 교수는 "이 실험 결과상의 두 경기복의 기능 차이는 선수의 스피드에 충분히 영향을 미치는 매우 유의미한 결과"라며 "스케이팅 속력의 한계를 공기 저항만으로 가정한다면, 새 수트로 바꿀 경우 이상화가 소치올림픽에서 세웠던 37초28의 기록보다 최소 1초 이상 기록 저하가 나올 수 있는 실험 수치"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실제 기록을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고 스케이팅의 속도가 한계를 갖는 이유도 곡선주로에서 선수의 제어 능력, 스케이트와 빙판 사이의 마찰, 공기 저항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오직 공기 저항만을 고려할 경우 당연히 저항을 작게 하는 운동복이 기록 향상에 유리함은 당연하다. 주어진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스케이팅 속력의 한계를 공기저항으로만 가정할 경우 헌터사의 경기복은 오히려 속도 증가를 방해하여 기록을 1초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고 계산되며, 이는 스케이트와 빙판사이의 마찰력이 공기 저항보다 10배 정도 중요하다고 해도 운동복 만으로 0.1초 정도의 기록차이를 야기할 것이라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복 교체 논란은 물론 빙상연맹의 경기복 공급사 선정 기준에 의구심과 우려를 가중시키는 결과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빙상연맹은 선수 일부를 대상으로 '비공개 테스트'를 실시해 각종 의혹을 키웠다. 공정한 채점 기준이 없었던 점, 장거리 종목에 치중된 소수 선수들만으로 테스트를 진행한 점, 기존 경기복을 배제한 채 새로운 경기복을 착용한 후 테스트해 선수들의 주관적인 의사만을 전달 받았다. 또 선수별 신체 사이즈에 맞지 않는 경기복을 제공해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한 점 등 허술한 조건 속에 진행됐다.
빙상연맹은 현재 후원 업체 선정 접수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원 조건이 헌터 제품 공급 가능 업체로 한정되어 있어, 이미 내정된 후원사가 있는 가운데 형식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한편, 대한빙상경기연맹 측 관계자는 이같은 테스트 결과에 대해 "아직까지 그 내용을 정확히 듣지 못했다"며 언급을 미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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