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인연, 외나무 다리에서 다시 만났다.
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과 유벤투스의 '살아있는 전설' 지안루이지 부폰의 이야기다. 4일(한국시각) 웨일스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가 격돌한다. 2016~2017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이다.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지단 감독은 대회 2연패를 노린다. 최고 미드필더 출신 지단 감독이 최고 감독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다. 분위기가 좋다. 이미 스페인 무대를 평정했다. 2016~2017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지단 감독의 지도 아래 레알 마드리드는 5년 만에 리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프리메라리가에 이어 UCL까지 제패하면 '더블'을 달성하게 되는 지단 감독. 구단도 힘을 실어줬다. UCL 우승 수당도 '더블'로 지급할 것을 약속했다. 선수 1명당 150만유로(약 19억원)다. 역대 최고액이다. 구단의 12번째 UCL 우승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다.
지단 감독에겐 '끊어야 할 악연'도 있다. 부폰이다. 지단 감독은 선수 시절인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서 부폰을 만났다. 현역 은퇴를 앞둔 지단 감독. 월드컵 우승으로 커리어를 마감하고 싶었다. 그러나 좌절됐다. 마르코 마테라치에게 박치기를 해 퇴장당했다. 1-1로 가리지 못한 승부. 승부차기 접전 끝 부폰의 활약으로 이탈리아가 5-3 승리,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의 기쁨을 맛본 부폰. 반대로 지단에게 원한이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 당시 지단에게 실점했다. 페널티킥이었다. 자신이 이어오던 월드컵 무실점 기록을 435분에서 마감해야 했다. 한 방씩 주고 받은 셈이다.
이제 감독과 선수로 다시 격돌한다. 지단 감독은 부폰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부폰은 위대한 선수다. 오랜 시간 훌륭한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는 전설적인 선수"라면 "그와 경기했던 선수들 모두 부폰을 최고의 골키퍼, 최고의 리더라 평가한다. 부폰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부폰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많은 게 걸려 있다. 이번 UCL 결승 결과에 따라 부폰의 은퇴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최근 부폰은 "내가 은퇴할 때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기를 원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UCL 우승 트로피를 들고 박수 칠 때 떠나겠다는 생각이다.
하나 더 있다. 발롱도르다.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 등 복수의 현지 언론은 '유벤투스가 우승하면 부폰의 발롱도르 수상이 유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벤투스는 이미 이탈리아 세리에A, 코파 이탈리아 우승을 달성했다. UCL까지 접수하면 트레블이다. 그 중심에 부폰이 있다. 발롱도르는 따놓은 당상. 1963년 레프 야신 이후 최초로 골키퍼 발롱도르 수상자가 될 수 있다.
'빅이어(UCL 우승 트로피)'의 향방에 따라 전혀 다른 축구사가 쓰여지게 된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