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같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대책 없는 선발의 붕괴 이후 대처법이 두 팀의 승패를 갈랐다.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시즌 6차전. 이날 넥센 선발은 한현희, NC 선발은 최금강이었다. 한현희는 꾸준히 퀄리티스타트(QS) 가깝게 소화해주며 올 시즌 선발진 한 축을 든든히 맡고 있는 자원이고, 최금강 역시 기복은 있을지라도 지난해부터 선발 경험을 착실히 쌓아나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날 투구 내용은 기대에서 완전히 어긋났다. 최금강이 1회말에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5실점한 후 물러났고, 한현희도 2이닝 4실점을 기록한 이후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갑자기 강판됐다.
NC는 흔들리는 최금강을 감안해 빠르게 승부수를 띄웠다. 1회초 NC 타선이 한현희를 상대로 먼저 4점을 얻었지만, 최금강은 1회말 제구 난조에 쩔쩔매며 고전했다. 밀어내기 실점을 포함해 볼넷을 3개째 내주고, 김웅빈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자 NC는 투수를 장현식으로 교체했다.
5선발 후보였던 장현식은 이처럼 선발이 갑작스레 무너지는 상황에서 길게 끌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날도 두번째 투수로 나와 3⅔이닝을 삼진 7개 곁들여 무실점으로 막았다. 넥센 타선의 반란을 완전히 잠재웠다. 장현식부터 안정을 찾은 NC는 타선이 여유있게 추가점을 뽑아주면서 이민호-원종현-임정호-최성영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을 가동할 수 있었다. NC는 허리가 버텨준 덕분에 14대5 대승을 완성했다.
반대로 넥센은 한현희의 갑작스러운 자진 강판 이후 '패닉'이었다. 한현희는 3회초 투구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트레이너를 호출했고 심판진에 투구가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 오른 팔꿈치 통증 때문이었다.
규정상 한현희가 이닝의 시작에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에, 한 타자를 반드시 상대하고 내려가거나 같은 유형의 투수가 대체 투입될 수 있다. 때문에 넥센 벤치는 좌완 금민철을 올렸다가 급하게 다시 내리고 우완 오윤성을 투입했다. NC 측 어필을 받아들인 심판진이 우완에서 좌완 교체는 불가하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도 완전하지 않다. 한현희는 우완 정통파가 아니라 사이드암 투수다. 이날 넥센 출전 선수 명단에는 같은 우완 사이드암 신재영이 있었다. 25일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2명의 투수는 앤디 밴헤켄과 최원태. 신재영은 출전 가능 선수로 분류됐지만, 선발 요원이라는 심판진의 자체적 해석이 깔려 오윤성이 대체 출전했다. NC 벤치에서 더 이상의 어필은 하지 않았어도,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넥센이 여기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올라온 오윤성은 3회에만 50개가 넘는 공을 던지며 7실점 했다. 속수무책 볼넷을 내주고, 연타를 맞아 나가도 투수를 쉽게 교체하기 어려웠다.
넥센은 이미 이보근이 가래톳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데다 불펜 투수들의 피로가 적지 않게 누적된 상황이다. 가용 인원이 오윤성과 금민철 하영민 정도인데,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경기에서 다른 투수 자원들까지 끌어쓰기에는 부담이 컸다. 결국 제대로 손 한번 쓰지 못하고 손수건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고척=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