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사정 다 아시잖아요!"
서정원 수원 감독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21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와의 2017년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 원정경기를 앞둔 시점이었다.
지난 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1대2로 분패를 하고 온 터라 절박했다. 서 감독은 "아무래도 슈퍼매치는 모든 것을 쏟아내는 경기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더욱이 광주는 압박이 빠르고 강한 팀이다. 중원 싸움에서 항상 쉽지 않았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뒤 입을 열었다. "현재 우리 측면 선수들이 나이는 어리지만 많이 성장을 했다. 그 나이대 선수들과 견주면 정말 훌륭히 잘 해주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팀이 더 나아가기 위해선 더 경험이 있고 짱짱한 측면 자원들이 필요한 것 역시 사실"이라고 했다.
조심스러운 이야기다. 서 감독은 "오해는 없어야 한다. 김민우가 리그 초반 부상으로 제외됐던 것들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측면 선수들은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였고 어린 나이에도 주눅들지 않고 최선을 다 했다"면서 "그래도 분명 더 많은 경험을 갖춘 선수들이 있다면 당연히 전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가올 여름 영입시장에서 측면 보강을 꾀하느냐는 질문에 크게 웃었다. "에이~! 사정 다 아시면서! 저 말고 모든 감독들이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딱딱 원하는 자리에 원하는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으면 얼마나 좋나. 하지만 구단의 사정이 있고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남기일 광주 감독도 같은 표정이었다. 남 감독은 이날 고육지책을 꺼냈다. 왼쪽 풀백 이민기가 경고 누적으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오른쪽 풀백 정동윤을 왼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중앙 수비수 박동진을 오른쪽 풀백으로 기용했다. 사실 무리수는 아니었다. 박동진은 지난 시즌 오른쪽 풀백으로 나섰던 경험이 있다. 남 감독은 "이민기가 없어서기도 하지만 그 전부터 우리는 많은 변화를 줘왔다. 우리가 가진 스쿼드 안에서 언제나 최선을 찾으려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그래도 안정적인 풀백이 1명 더 있다면 덜 수 있는 고민. 남 감독은 "우리는 매년 선수를 키우면 보내고 새로운 선수들이 온다. 항상 반복"이라면서 "좋은 선수 지키고 보강을 한다면 좋은 전력을 만들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영입은 어렵지만 그래도 젊은 선수 키우는 보람과 우리 축구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한다"며 웃었다.
K리그 여름 이적시장(추가등록 기간)은 29일 시작돼서 다음달 28일 막을 내린다.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 서울은 이미 이명주를 품에 안았고 강원, 제주를 비롯해 울산, 포항 등 많은 팀이 전력 보강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두 팀 사령탑은 씁쓸한 표정으로 애써 웃었다. 과연 광주와 수원은 올 여름 원하는 퍼즐을 채울 수 있을까.
한편 경기는 수원의 3대0 완승으로 끝났다. 후반 19분과 36분 조나탄이 연속골을 쐈다. 서울과의 슈퍼리그 골 이후 연속 경기 골 행진이다. 그리고 후반 42분 김민우까지 골까지 터지면서 수원이 미소지었다.
광주=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