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2017년도 벌써 절반이 지났다. 올해 극장가는 초호화 스타들로 라인업을 일군 한국형 대작을 비롯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각종 잡음을 일으킨 문제작들로 뜨거웠다. 상반기를 달군 스타, 영화, 그리고 흥행 성적은 어땠을까.
▶ 현빈·엠마 왓슨, 상반기 최고의 흥행 스타
올해 상반기 스크린 최고 흥행 스타는 누가 뭐래도 현빈과 엠마 왓슨이다. 먼저 남자배우 흥행킹은 지난 1월 18일 개봉한 수사 액션 영화 '공조'(김성훈 감독, JK필름 제작)의 주연을 맡은 현빈으로 설 연휴 특수를 제대로 누려 781만7533명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공조'의 현빈은 '2017 개봉작 중 흥행 1위'라는 기록을 6개월째 지키고 있으며 총제작비 100억원이 투입된 '공조'를 637억8245만9326원의 매출액을 거둘 수 있게 만든 일등공신으로 떠올랐다.
여배우 흥행퀸은 지난 3월 16일 개봉한 판타지 뮤지컬 영화 '미녀와 야수'(빌 콘돈 감독)의 엠마 왓슨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당차고 똑 부러지는 헤르미온느 역으로 단번에 스타가 된 엠마 왓슨. 16년간 헤르미온느로 불려온 엠마 왓슨은 '미녀와 야수'를 통해 꼬리표를 뗐고 국내에서 513만6012명의 누적 관객수를 동원, 421억1592만8079원 수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전 세계로는 10억240만 달러(2017년 4월 기준, 한화 약 1조1435억원) 수익을 거뒀다. 여기에 엠마 왓슨의 '미녀와 야수'는 올해 개봉작 중 흥행 3위라는 기록까지 세우며 여러모로 2017년 최고의 상반기를 만들었다.
▶ 이변, 반전의 흥행
2017년 상반기 스크린에는 이변, 그리고 반전의 흥행작 탄생도 상당했다. 대박 흥행을 기대하게 했던 톱스타, 톱감독들의 기대작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도 했고 생각지도 못한 중·소 영화들이 대박 행진을 펼치기도 했다. 이변을 일으킨 첫 번째 영화는 범죄 액션 영화 '더 킹'(한재림 감독, 우주필름 제작)이다.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등 쟁쟁한 톱스타와 13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기대작이었지만 '공조'와 경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언론 시사회 이후 많은 이들이 '더 킹'의 선전을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연 설 연휴 빅매치에서는 '공조'의 활약이 더욱 도드라지면서 아쉬운 뒷맛을 남긴 것. 이밖에 정치 영화 '특별시민'(박인제 감독, 팔레트픽처스 제작), 범죄 액션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변성현 감독, CJ엔터테인먼트·풀룩스 바른손 제작) 등이 잘 만들어진 수작으로 평가됐지만 정작 관객에겐 호응을 얻지 못해 이변을 안겼다.
위의 작품들과 달리 반전을 일으킨 중·소 영화도 눈길을 끈다. 2000년 8월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피살사건을 소재로 한 실화 영화 '재심'(김태윤 감독, 이디오플랜 제작)은 35억의 소박한 제작비로 만들어진 영화로 242만942명을 동원했다. 손익분기점이 160만명으로 이를 훨씬 넘어선 쾌거다. 로컬 수사 영화 '보안관'(김형주 감독, 영화사 월광·사나이픽처스 제작)도 올해 상반기를 달군 반전의 용사들이다. 쟁쟁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고군분투한 '보안관'은 입소문이라는 뒷심을 발휘해 258만2660명을 끌어모으며 5월 연휴 최강자로 등극했다. 그리고 최근 극장가에 예상치 못한 돌풍을 일으킨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이창재 감독, 영화사 풀 제작)도 빼놓을 수 없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치러진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지지율 2%로 시작해 대선후보의 자리까지 오르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개봉한 '노무현입니다'는 중·장년층 관객으로부터 입소문을 얻기 시작해 젊은 층으로 관객몰이를 확대하며 개봉 10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최단기간 100만 돌파로 충무로 역사에 새 기록을 세웠다.
▶ 거품 빠진 충무로
올해 상반기 극장가 키워드 중에는 충무로의 약세, 외화 강세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국내에 개봉된 영화는 816편. 이 중 한국영화는 401편, 외화는 618편으로 올해도 많은 외화가 한국 관객을 찾았고 점유율 면에서는 외화가 4년 연속 강세를 지켰다. 그리고 상반기에 동원된 관객수는 현재까지 9338만5971명. 영화진흥위원회가 밝힌 상반기 역대 최다 관객 수는 2013년 상반기였던 9850만명으로, 지난 4년간 6월 평균 관객 수가 약 1570만명인 것을 감안했을 때 올 상반기 '사상 처음 1억명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신기록은 한국영화계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반대로 위기로 보는 이들도 상당하다. 전체적인 관객수는 늘었지만 한국영화를 찾는 관객은 줄었다는 것. 흥행 순위 역시 올해 최고 흥행을 기록한 한국영화는 10위권 내 6편에 불과했고 평균 400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401여편 중 단 9편뿐. 충무로의 거품이 빠졌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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