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여름이 진행되고 있다. 올시즌에 앞서 KBO(한국야구위원회)와 심판위원회는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예고했다. 수년간 지속돼온 타고투저가 리그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해친다고 봤다. 뭔가 달라졌던 4월과 5월을 지나 6월로 접어들면서 타고투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타자들은 득세하고, 투수들은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4월과 5월 리그 평균자책점은 4.50이었다. 6월 1일부터 7월 1일까지 여름 평균자책점은 무려 5.64로 껑충 뛰었다. 리그 전체 평균자책점이 1.14나 증가했다는 것은 상상조차 힘든 일이다. 이 기간 리그 평균타율은 2할7푼6리에서 2할9푼8리로 급등했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이 봄에 비해 좁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심판진은 이부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다른 주장도 나온다. 에이스들의 대거 부상으로 리그 마운드 전체가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선두 KIA타이거즈는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50승 고지를 선점한 것도 뉴스였지만 5경기 연속 두자릿수 득점이라는 새역사를 써내려갔다. 최근 KIA만 놓고보면 야구 이론을 뒤집어야할 판이다. 타팀도 마찬가지다. 전에 없이 강력한 방망이 야구에 4,5점차는 그냥 뒤집는다. 큰 점수차에서는 도루를 하지 않고 투수교체도 어느 정도 자제한다는 야구 불문율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야구에서 흔히 방망이는 믿을게 못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3할타자도 10번중 7번은 실패하고, 타격은 늘 사이클이 있어 부침이 반복된다는 뜻이었다. 이에 비해 마운드는 화끈한 맛은 없어도 승리의 보증수표로 인식돼 왔다.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이 여름 들어 좁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스트라이크존은 어차피 가상의 존이다. 심판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다. 자로 잰듯 나올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하 높이보다는 좌우가 타이트해졌다고 말한다.
지방 A팀 한 투수는 "덕아웃에서 투수들끼리 이야기를 하다보면 확실히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졌다는 공감대가 있다. 위 아래는 확대된 상태를 유지하는데 좌우가 좀 좁아진 느낌이다. 투수들에게는 아주 민감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심판판정에 대한 불만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과 스트라이크존 축소가 무관치 않다는 말도 들린다. 좀더 보수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주면 주심의 심판판정 논란 소지가 어느 정도 줄어든다는 인식은 거의 정설로 굳어져 있다. 심판진에서는 이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는다. 어차피 심판 개개인의 존에는 차이가 있고, 일관성을 지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투수진 약화가 첫 번째 원인이라는 쪽은 최근 에이스들의 줄부상을 이유로 꼽는다. 김진욱 kt 위즈 감독은 최근 "각 팀의 에이스들의 부상이 갑자기 많아졌다. 불펜에서 대체선발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불펜까지 헐거워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 투수들의 실투가 많아졌다. 전체적으로 마운드 높이가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NC 다이노스 제프 맨쉽과 두산 마이클 보우덴, 한화 이글스 알렉시 오간도,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등 2점대,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수 있는 선발들이 대거 빠진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주장이다.
결과에 대한 원인이 딱 한 가지 일 수는 없다. 여하튼 타고투저는 부활됐다. 각팀마다 필승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7,8회가 최고 승부처가 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