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에게 구원승은 큰 의미가 없다. 동점 또는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한 뒤 팀이 리드를 잡고 그대로 승리하면 구원승이 주어진다. 하지만 홀드와 세이브는 의미가 다르다. 둘 다 리드를 지켰다는 것이 높이 평가돼 부여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리드를 잃었을 때는 비난이 쏟아진다. 구원투수에게 패와 블론세이브는 매우 치명적이다. 그중 블론세이브는 더욱 그렇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4월 18일 kt 위즈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구원투수 장시환을 영입했다. 당시 장시환은 5경기에서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1.42로 잘 던지고 있었다. 불펜진이 불안했던 롯데는 내야수 오태곤을 내주는 등 2대2 트레이드로 장시환을 기꺼이 데려와 마무리 손승락 앞에서 리드를 지키는 셋업맨을 맡겼다.
장시환은 이적 후 첫 경기였던 4월 19일 NC 다이노스전에서 2-8로 크게 뒤진 9회초 등판해 한 타자를 잡고 무난하게 롯데 데뷔전을 치렀다. 이튿날 NC전에서도 4-5로 뒤진 8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장시환은 4월 22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1이닝 무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이적 후 첫 홀드를 올리며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의 장시환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게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장시환은 지난 1일 부산에서 열린 NC전에서 5-3으로 앞선 7회초 선발 박세웅에 이어 등판해 동점을 허용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올시즌 벌써 6번째 블론세이브다. 장시환이 블론세이브를 한 것은 지난 5월 28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34일만이다.
2사까지 잘 잡아놓고 박석민과 모창민에게 연속 솔로홈런을 얻어맞았다. 박석민은 147㎞짜리 직구, 모창민은 137㎞짜리 슬라이더를 각각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둘다 한복판 또는 조금 높은 코스로 몰린 실투였다. 성급한 승부였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석민에게 던진 직구가 아쉬웠다. 공에 힘이 있다면 모를까, 밋밋한 구질은 박석민처럼 직구에 강한 타자들에게는 낚아채기 쉬운 먹잇감이다.
장시환이 리드를 날리면서 6이닝 3실점으로 역투한 박세웅의 선발승도 없던 일이 됐다. 롯데는 이어진 7회말 황진수의 3타점 3루타 등으로 4점을 뽑아내며 결국 9대5로 승리했다. 장시환의 블론세이브가 부각될 이유는 굳이 없다.
그러나 불안감이 커지는 건 사실이다. 장시환이 롯데로 이적한 뒤 그의 피칭을 바라본 한 해설위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kt 시절의 구위가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물론 날씨가 더워지면서 지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해설위원은 "기본적으로 제구 자체가 불안한 투수이기 때문에 구위가 강력하지 않은 이상 기복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장시환은 롯데 이적후 28경기에 등판했다. 성적은 1승4패, 8홀드, 6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5.47이다. 이날 현재 블론세이브는 두산 베어스 이현승과 함께 공동 1위다. 블론세이브와 패를 동시에 기록한 경기가 2차례였으니, 장시환의 난조로 롯데가 잃은 경기가 8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장시환은 좋을 때와 나쁠 때가 확연히 구분되는 스타일의 투수다. 당일 컨디션과 제구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데 그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장시환은 롯데 이적후 피안타율이 2할9푼, 득점권 피안타율은 3할6리다. 또 기출루자 허용율은 0.375나 된다. 장시환이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했을 때 해당 주자들중 37.5%가 홈을 밟았다는 이야기다.
좋을 때의 모습을 장기간 보여주면 문제가 없지만, 중요한 순간 종종 나오는 블론세이브는 롯데처럼 포스트시즌이 간절한 팀에게는 치명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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