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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에게도, 최하위에게도 반가웠던 광주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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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에게도, 최하위에게도 반가운 비였다.

1위 KIA 타이거즈와 10위 kt 위즈의 2일 광주 경기가 비로 취소됐다. 경기 전 비 예보가 특별히 없었는데, 오후 6시부터 약 30분간 하늘에서 물폭탄이 쏟아졌고, 그라운드 사정으로 인해 결국 경기가 취소되고 말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경기 취소에 양팀 감독은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 전 KIA 김기태 감독은 향후 선발 로테이션에 관한 질문에 식은땀만 흘렸다. 1일 경기 1이닝 8실점으로 부진했던 정용운이 로테이션상 6일 경기에 또 나서야 하는데, 그 때 또 기회를 주겠느냐는 질문이었다. 김 감독은 "이어지는 경기 상황 등을 봐야하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일단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벌었다. 이날 경기가 비로 취소되며 이번주 남은 경기는 양현종-팻 딘-헥터 노에시-임기영 순으로 막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kt도 마찬가지. 1일 경기 호투한 정성곤이 타구에 손을 맞아 2일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열흘 간 경기에 나설 수 없어 안그래도 없는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다. 김 감독은 "쉬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성곤의 빈 자리는 김사율로 메울 수 있지만, 그동안 열심히 해준 고영표 등에게도 휴식을 더 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렇게 뜬금없는 폭우로 인해 취소되는 경기들이 간혹 있지만, 유독 비가 오지 않는다. 여름철 장마 등으로 인한 취소 경기가 있어야 선수단도 정비를 할 수 있는데, 정말 쉼없이 달려왔다. KIA를 예로 들면 이날 취소까지 시즌 6번 비로 쉴 수 있었다. 모든 팀들이 벌써 95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지난해까지는 취소 일정이 많아 경기 소화 수가 현저히 적은 팀, 유독 취소 운이 없어 혼자 많은 경기를 치른 팀 등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 여기에 올해는 6월부터 무더위가 시작됐고, 최근 무더위의 강도가 예년보다 더 세다. 그래서 10개 구단 모두에서 "올해는 더욱 힘든 시즌"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선두 KIA의 경우 쉬지 않고 던져준 필승조 김윤동의 휴식이 가장 반갑다. 새롭게 가세한 김세현과 함께 불펜의 힘을 더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kt 입장에서는 순위 싸움이 어느정도 정리된 시즌 후반 상대팀들을 만나는 게 덜 부담스러울 수 있다. 최근 치열한 순위싸움에 각 팀들이 최하위 kt만 만나면 승리를 위해 더욱 이를 악물고 달려드는 게 부담스럽다. 물론, KIA와 마찬가지로 주축 선수들의 체력 안배 효과까지 챙길 수 있다.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