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답답하다."
7일 필리핀으로 떠나는 '배구 여제' 김연경(29)이 남긴 말이다. 김연경을 비롯 13명의 태극낭자들은 9~17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제19회 아시아 여자배구 선수권에 출전한다.
솔직한 성격의 김연경은 출국 전 거침 없이 쓴소리를 했다. 주목할 점은 후배 이재영(흥국생명)의 이름까지 거론했다는 것.
공개적으로 실명을 거론하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일은 흔치 않다. 김연경은 "이재영이 이번 명단에 들어왔어야 했다. 팀에서 경기 뛰고 훈련도 소화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대회만 뛰겠다는 것 아닌가. 이렇게 하면 고생하는 선수만 고생한다"고 말했다.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까지 진화에 나섰다. 박 감독에 따르면 이재영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 재활에 전념하며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이재영도 대표팀에서 열심히 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몸 안 좋은 상태"라며 "이번 일로 상처받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여론도 뜨거워졌다. 일각에선 이재영의 인성까지 거론하며 도 넘은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핵심에서 빗겨난 이야기다. 김연경 주장의 핵심은 대한배구협회의 지원을 요함이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달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에서도 12명으로 대회를 소화했다. 정식 엔트리 14명에 2명 적은 규모.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치르는 아시아 선수권에서도 1명 적은 선수단으로 대회를 버텨야 한다. 김연경이 총대를 멘 이유다. 김연경은 "다른 팀은 16명으로 팀을 꾸려 로테이션을 한다. 그랑프리 때도 정작 중요한 결승전에서 힘을 못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태국의 사례를 들어 국내 배구의 현주소와 비교를 했다. 그는 "태국은 체계적으로 대표팀을 운영해 우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오한남 신임 회장 체제를 맞이한 배구협회는 최근 여러 차례 풍파를 겪었다. 다시 중심을 잡고 대표팀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김연경의 쓴소리로 본 현주소,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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