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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살기법' 경구X남길X설현, 상상초월 끝장 스릴러 탄생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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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충무로에서 본 적 없는, 파격의 극한 범죄 스릴러가 가을 극장에 문을 두드렸다. 설경구는 물론, 김남길, 김설현까지 그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의 변신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혔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원신연 감독, 그린피쉬 제작). 28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살인자의 기억법'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마침내 정체를 드러냈다. 이날 시사회에는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은퇴한 연쇄살인범 김병수 역의 설경구, 이런 김병수의 살인습관을 깨우는 의문의 남자 민태주 역의 김남길, 병수가 기억해야 할 하나뿐인 딸 김은희 역의 김설현, 그리고 원신연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사전 예약 판매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물론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문학계 센세이션을 일으킨 김영하 작가의 대표작 '살인자의 기억법'.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새로운 연쇄살인범의 등장 이후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 무엇보다 반전 결말 등 스릴러 소설의 새 지평을 연 '살인자의 기억법'이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찾은 것.

이렇듯 탄탄한 스토리를 보장하는 '살인자의 기억법'은 올가을 스크린을 뜨겁게 달굴 기대작으로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은 상태. 무엇보다 관객의 기대를 자아내는 대목은 바로 주인공 설경구의 파격 변신. 은퇴한 연쇄살인범 김병수를 연기한 설경구는 리얼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늙어가는 방법을 택해 화제를 모았다. 기억과 망상을 오가며 무너져가는 남자의 혼란을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분장 대신 10kg 이상을 감량하는 극한의 체중 조절을 감행했다. 촬영 전날 새벽마다 2시간씩 줄넘기를 하고, 탄수화물을 끊는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수분섭취까지 최소화하는 엄청난 자제력을 발휘, 쉽게 살이 빠지지 않는 손까지 노인의 손처럼 쭈글쭈글하게 만드는 독기를 보였다.

설경구는 "오늘(28일) 영화를 처음 본다. 영화 전체적인 것을 본 게 아니라 내 모습만 보이더라. 자꾸 내가 연기한 것들의 뒤를 체크하게 됐다. 늘 작품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더 잘해볼걸' 후회가 된다. 다시 한 번 '살인자의 기억법'을 찾아 보겠다"고 머쓱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살인자의 기억법'은 내게 큰 산이었다. 알츠하이머라는 것은 간접 경험도 할 수 없는 부분이지 않나? 힘들 것도 같지만 배우로서 연기하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 도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파격 변신은 설경구뿐만이 아니다. '살인자의 기억법'의 서스펜스를 이끄는 또 다른 살인자 민태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김날길 또한 시선을 끈다. 따듯하지만 한편으로는 서늘한 냉소를 오가는 디테일한 연기를 펼친 김남길. 웃어도 웃는 것 같지 않은 서늘함을 전하기 위해 설경구와 반대로 14kg을 증량하기도 했다고. 선과 악을 넘나드는 노련함으로 '신들린 연기' 정점을 찍었다.

김남길은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소설과 달리 영화 속에서 큰 틀로 다시 만들어졌다. 한 단어로 설명되지 않길 바랐다. 원신연 감독과 고민을 많이 했던 캐릭터다. 외형적인 부분이 특히 고민이 많았다. 살을 빼서 날카롭게 보이고 싶었지만 원신연 감독과 설경구 형님의 제안으로 살을 찌우게 됐다. 지금까지 내가 맡은 역할은 멋있게 나온 적이 없다. 이번 '살인자의 기억법'은 비교적 잘 나온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살인자 캐릭터지만 나름 연민도 있고 잘 보듬어 주면서 캐릭터를 보내줄 수 있었다"고 애정을 밝혔다.

이어 2015년 개봉한 '강남 1970'(유하 감독)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이후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두 번째 스크린에 도전한 걸그룹 AOA의 멤버 김설현. 연쇄살인범 아버지를 둔 딸의 복잡한 내면을 풍부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얼굴에 피 분장을 묻히며 흙바닥을 뒹굴었고 맨발로 야산을 뛰어다니는 등 '예쁨'을 내려놓은 김설현은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비로소 배우로 인생 2막을 열었다.

김설현은 "몸이 힘들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심리를 표현하는 데 힘들었다.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스스로 혼란스러웠다. 그럴 때마다 원신연 감독에게 고민을 털어놨고 많은 조언을 받았다. 원신연 감독을 많이 의지하며 촬영했다. 그게 잘 표현된 것 같다"고 수줍게 밝혔다.

세 사람은 서로에 대한 기억법도 밝혔다. 특히 설경구는 김남길과 김설현에 대해 "김남길과는 두 번째 작품이다. 한결 같은 똑같은 배우인 것 같다. 10여년전 현장에서 모습이나 지금의 김남길은 모두 똑같다. 김설현은 순백의 모습이 있다. 지금 이 순간 그런 모습이 떠오른다. 자칫 활동을 일찍 시작해 과도한 성숙미가 있을 법도 한데 백치미가 있다. 백치미란게 절대 나쁜 의도가 아니다. 배우로서 좋은 백치미라는 뜻이다"고 밝혔다.

극 중 김남길과 김설현의 업어치기 몸싸움 신에 대한 에피소드도 남겼다. 김남길은 "그 지점이 나도 안타깝다. 엔딩에서 물불 안가리고 액션을 펼쳤던 것 같다. 처음에 시나리오에서 업어치기가 있어 당황했다. 살짝 미치는 정도가 어떨까 싶었고 '이걸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민태주를 표현하는데 있어 업어치기가 적절해 연기하게 됐다. 다행히 김설현이 잘 업혀 업어치기가 잘 됐다"고 농을 던졌다.

한편, '살인자의 기억법'은 설경구, 김남길, 김설현, 오달수 등이 가세했고 '용의자' '세븐 데이즈' '구타유발자들'의 원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9월 7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