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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장애인친구와 함께하는 체육시간, 선생님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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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체육시간에는 통합체육 수업을 꼭 진행해볼 겁니다. "

여름햇살이 뜨겁던 8월 중순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1층 강당, 직접 휠체어를 탄 선생님들의 학구열은 뜨거웠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일반학교에 재학중인 특수교육 대상학생은 6만1989명, 이중 1만5344명의 학생은 일반학급에 속해 있다. 한 교실에 장애인, 비장애인 학생들이 함께한다. 모두를 위한 체육교육, 일반학교의 초, 중등 체육교사들에게 '통합 체육' 이해 및 지도 기술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행복한 체육시간을 꿈꾸며 전국에서 모여든 체육교사들이 휴가도 반납한 채 쉼없는 배움의 길을 이어갔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국립특수교육원과 용인대학교는 지난달 31일부터 8월 11일까지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하는' 통합체육 지도역량 강화 직무연수를 진행했다. 4박5일 31시간 연수에 14기 107명, 15기 128명 등 총 235명의 교원들이 참가했다. 2008년 용인대가 통합체육 매뉴얼을 첫 개발한 후 올해로 7년째를 맞는 통합체육 연수는 더 좋은 체육교육을 고민하는 선생님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이미 1500명 가까운 교사들이 이 연수를 거쳤다. 최승권 용인대 교수, 노형규 한체대 교수, 박병도 한국국제대 교수, 김권일 한국스포츠개발원 선임연구원, 양한나 백석대 교수 등 20년 경력의 장애인 체육 전문가들이 매년 강사로 나선다. 휠체어 및 절단장애, 정신지체, 청각장애, 뇌성마비, 시각장애,정서행동 및 자폐성 장애학생 등 장애 유형별로 통합체육 수업을 이끄는 구체적 방법과 실기 프로그램을 알려준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뉴스포츠 종목에 대한 강의도 있다. 간결한 이론 수업에 실무, 실기수업이 바로 연결되는 현장감 넘치는 알찬 연수에 교사들의 눈빛이 빛났다.

취재를 위해 현장을 찾은 4일차 수업은 지체장애 표현, 건강활동, 운동발달장애 도전활동, 청각장애 경쟁활동이었다. 지체장애 통합교육을 맡은 한국스포츠개발원 김권일 박사는 교사들에게 직접 휠체어 조작법을 설명한 후 휠체어 릴레이, 휠체어 농구 실기를 꼼꼼히 지도했다. 양한나 백석대 교수는 운동발달 장애에 대한 이론 수업 후 도전활동으로 '수영 수업'을 진행했다. 운동장에서 수업중 자리를 이탈하는 지적 장애학생이나 자신의 자리를 찾기 힘들어하는 자폐장애 학생의 경우, 훌라후프, 스티커 등으로 자신만의 자리를 지정해주는 등 수업중 돌발 상황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다. "우리 아이들이 문제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휴식을 원하거나, 물을 먹고 싶거나…, 아이의 눈높이에서 인내심을 갖고 이해하고 노력하고 대처해야 한다."

양 교수는 통합 체육교육에서 수영의 유용성을 설명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물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고 흥미로워 한다"면서 "장애가 크게 드러나지 않고, 힘도 덜 든다.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다. 근육을 이완하면서 치료적인 효과도 있다. 생존수영의 측면도 있고, 지체장애, 지적장애아이들에게 두루 좋은 운동"이라고 했다. 매트, 볼 등 도구를 활용한 물놀이 수업은 유쾌했다. 다같이 힘을 모아 물속에서 대형블록을 옮기며 근력과 협동심을 키우는 수업은 흥미로웠다. 실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교구와 게임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현장에서 만난 교사들의 수업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부산대 사범대 졸업 후 30년째 체육교사로 재직하고 있다는 부산 신덕중 하용성 교사는 "우리학교는 전교생이 610명인데 장애학생이 14~15명 된다. 자폐, 지체, 지적장애 등 다양하다. 수업시간에 이 학생들을 비장애인 학생들과 함께 가르칠 때 무엇부터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난감할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국가대표들이 훈련하는 최고 시설에서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연수를 받을 수 있어 좋았다"며 만족감을 표한 후 "2학기에는 아이들과 골볼, 좌식배구를 해보고 싶다. 시각장애인들이 하는 골볼은 다같이 안대를 하고 모두가 동등한 환경에서 같이 동참하고 함께 땀흘리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장애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좋은 수업이 될 것같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대학에서 특수체육을 전공한 박인영 양평고 교사는 익숙하게 휠체어 농구 수업에 참가했다. 통합체육 교과 연수 중 "뉴스포츠 과목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 노형규 교수님의 지적장애 학생들에 대한 교수법도 인상적이었다. 체육활동 중 핸디캡에 따라 점수나 규칙을 다양하게 적용해 더 재미있게, 누구나 즐겁게 참가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노하우를 배웠다. 새학기 수업에 적용해 보고 싶다"며 웃었다. "체육은 함께 땀을 흘리며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다. 장애 종류에 따라서는 비장애인 못지 않게 운동능력이 뛰어난 장애학생도 있다. 체육시간이 편견이 사라지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이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