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러시아행 티켓을 손에 넣은 한국, 하지만 K리거의 활약은 주목할 만 했다.
5일 밤 12시(한국시각)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벡과의 최종예선 마지막 10차전. 한국은 0대0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5점을 기록, A조 2위를 간신히 지키며 러시아행 티켓을 획득했다. 9회 연속, 통산 10회 월드컵 진출은 반갑지만, 내용은 아쉬웠다. 하지만 그 속에도 희망은 있었다. K리거의 활약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이날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을 필두로 우즈벡전 공격진을 구성했다. 그리고 권창훈(디종) 정우영(충칭 리판) 김영권(광저우 헝다) 장현수(FC도쿄) 등 총 7명의 해외파를 기용해 원정 승리를 노렸다. 경기 초반 황희찬이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활력을 불어 넣었다. 전반 초반 왼발 터닝 슈팅으로 우즈벡 골대를 때렸다.
하지만 이내 우즈벡에 주도권을 내줬다. 공수 간격이 벌어지면서 우즈벡에 중원을 내줬다. 권창훈과 정우영은 2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장현수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를 오가며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역시 큰 힘을 보태지 못했다. 장현수는 전반 43분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벗어났다. 장현수 대신 투입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존재감 역시 미미했다. 기대를 모았던 손흥민도 아쉬웠다. 상대 집중 견제에 고전했다. 전반 43분 우즈벡 골대를 맞춘 게 전부였다.
후반 초반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던 상황. 분위기가 급변한 건 후반 18분이었다. 부상을 한 권창훈을 대신에 염기훈(수원)이 그라운드를 밟자마자 흐름이 달라졌다.
염기훈은 예리한 왼발 패스와 킥으로 최전방에 실탄을 제공했다. 염기훈은 후반 19분 날카로운 궤적의 크로스로 김민우(수원)의 유효슈팅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2분 뒤 황희찬의 위협적인 슈팅의 시발점이 된 패스도 염기훈의 발에서 나왔다.
그리고 후반 33분 이동국(전북)까지 투입되면서 한국의 공격이 불을 뿜었다. 이동국은 노련한 움직임으로 상대 빈 공간을 노렸다. 후반 41분 김민우의 크로스를 방아찍기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때렸고, 후반 44분엔 날카로운 침투로 황희찬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을 때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왼쪽 풀백 김민우와 중앙 수비수 김민재(전북)도 선발로 나서 묵묵히 제 몫을 다 했다. 선발로 나선 두 선수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김민우는 공수를 오가며 왼쪽 측면 활로를 개척했다. 특히 후반 염기훈 투입 후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같은 소속팀의 염기훈과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왼쪽 측면을 장악했다.
'막내' 김민재의 활약도 좋았다. 김민재는 긴장한 기색 없이 차분히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다. 제공권은 물론 탄탄한 대인 방어에 수준급 빌드업 실력까지 뽐냈다.
지금까지 해외파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졌던 K리거.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했다. 월드컵 본선 무대를 준비해야 할 한국 축구가 진지하게 곱씹어볼 대목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