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틈이 없었다.
인천은 20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 원정경기에서 0대0으로 비기면서 최근 리그 6경기 무패행진(3승3무)을 이어갔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이제 하위권을 벗어나 중위권 도약을 노리는 인천이다. 이기형 인천 감독은 팀 내 무한경쟁으로 선수단에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인천의 무패행진은 그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돋보이는 점은 수비력이다. 인천은 최근 리그 4경기 연속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특히 지난 라운드 서울 1대0 승리는 인천 수비의 승리였다. 송시우의 예리한 역습으로 승점을 챙겼지만, 데얀, 박주영 이명주 하대성 등 K리그 최고의 자원을 꽁꽁 묶은 수비가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 중심에 크로아티아 출신 장신 중앙 수비수 부노자가 있었다.
1m95-85kg의 당당한 체격을 갖춘 부노자는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 공격수를 제압한다. 힘만 갖춘 건 아니다. 축구 지능이 높다. 위치 선정이 뛰어나고 빌드업도 수준급이다. 부노자는 서울전에 선발로 나서 데얀, 코바, 박주영, 윤일록 등 서울 공격진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전남전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5경기 연속 무승(3무2패) 늪에 빠져있던 전남은 안방에서 인천을 제물로 반전을 노렸다. 페체신-자일을 필두로 파상공세를 예고했다.
그러나 부노자가 버틴 인천 수비라인엔 빈 틈이 없었다. 부노자는 노련한 라인 컨트롤과 찰거머리 같은 대인방어로 페체신을 무력화시켰다. 장신을 활용해 제공권도 완벽히 장악했다. 전남은 코너킥을 포함, 수 차례 인천 문전으로 공중볼을 투입했지만, 부노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부노자지만 좋은 날만 있었던 건 아니다. 부노자는 6월 21일 포항전 0대3 패배 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다가 지난 9월 17일 서울전을 통해 다시 출전 기회를 잡았다.
3개월여의 공백. 부상도 아니었다. 이 감독에게 이유를 물었다. 이 감독은 "부노자는 기량에 있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팀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함께 맞춰가는 상황이 됐고 전력에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더 이상의 파열음은 없다. 뜬 소문도 없다. 부노자는 사진의 축구 철학에 인천의 색깔을 입혔다. 상승일로의 인천은 더 강해졌다.
광양=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