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게 미안하지만 확고한 주전의 개념은 없습니다."
유력한 강등 후보였던 인천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는 법을 잊었다. 최근 6경기 연속 무패(3승3무)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인천은 없다. 이제 중위권 도약도 노릴만 하다.
이기형 인천 감독은 "중위권 도약이라…. 그 부분을 판단하기엔 아직 한참 이른 것 같다"며 손사래 쳤지만 표정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이 감독이 이끄는 인천은 20일 광양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 원정경기에서 0대0으로 비겼다.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인천의 경기력이 좋았다.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큰 시점이다. 그런데 인천 선수들은 들짐승처럼 그라운드를 내달렸다. 경기 초반부터 전남을 빠르고 강한 전방 압박으로 몰아세웠다. 전남은 인천의 거센 도전에 쉽사리 치고 나오지 못했다.
인천은 문선민, 웨슬리를 앞세워 전남 골문을 노렸지만 아쉽게 골 맛을 보지는 못했다. 득점 없이 0대0으로 비겼으나, 인천의 기세는 인상적이었다.
달라진 인천. 비결은 '무한 내부경쟁'에 있었다. 이 감독은 "항상 그 날 그 날 가장 폼 좋은 선수들 쓰는 게 철칙"이라며 "그건 선수들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나는 그 원칙을 지키고 선수들은 그 원칙에 따라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피땀 흘린다"고 했다.
이런 이유에서 이 감독은 한 동안 기용하지 않았던 부노자, 문선민을 출전시키고 있다. 이 감독은 "부노자는 기량에 있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팀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함께 맞춰가는 상황이 됐고 전력에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문선민에 대해선 "문선민이 리그 초반에는 잘 해주다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과감히 제외를 했었다"며 "시간이 가면서 다시 좋은 모습을 올라왔고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확고한 주전은 없다는 이 감독. 심지어 골키퍼까지 무한 경쟁을 시키고 있다. 수비수와의 호흡, 안정성이 중요한 골키퍼는 포지션 특성상 로테이션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 감독은 정 산과 이진형을 적절히 돌려 쓰고 있다.
리그 초반과 7월엔 정 산이 골문을 지켰지만, 9월 들어 이진형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있다. 이 감독은 "정 산에게는 미안하지만 최근에 이진형이 워낙 잘 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 산이 부족한 골키퍼는 절대 아니다"라며 "이런 내부 경쟁을 통해 선수들의 컨디션과 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광양=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