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의 전초전, 2017년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이하 넵스컵)가 23일 성료됐다.
13일 막을 올린 넵스컵은 23일 남자부 한국전력과 우리카드, 여자부 GS칼텍스와 도로공사의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남자부 우승은 한국전력이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대회 2연속 우승이다. 여자부에선 GS칼텍스가 최정상에 올랐다.
흥미를 끄는 요소들이 많았다. 새 외국인선수들의 기량, 초보 사령탑들의 데뷔, 그로 인한 새로운 팀 전술과 유망주들의 활약 등 V리그 개막을 앞두고 각 팀 전력을 탐색해 볼 수 있는 무대였다.
최대 화두는 단연 'GS칼텍스의 부활'이다.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팀, GS칼텍스. 예상을 비웃듯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만 해도 GS칼텍스의 객관적 상황은 비관적이었다. 캡틴 나현정과 센터 김유리는 대표팀 차출로 빠졌다. 주전 레프트 이소영은 십자인대 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구심점을 잃은 선수단은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져 보였다. 게다가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의 지도력에도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프로 감독 경험이 부족한 차 감독이 과연 자신의 색깔을 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었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GS칼텍스의 행보는 파죽지세였다. 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을 나란히 3대2로 격파하고 준결승에 오른 GS칼텍스는 KGC인삼공사까지 3대2로 제압하고 결승에 안착했다.
결승 상대는 도로공사. 차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는 흔들림 없는 경기력으로 도로공사까지 3대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올시즌 GS칼텍스의 V리그 성공을 점치긴 어렵다. 부상, 대표팀 차출 등으로 주축급 없이 치르는 전초전 성격의 대회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S칼텍스의 우승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선수들의 이름값이 아닌 경기력과 전술로 우승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그간 하위권을 전전하던 GS칼텍스는 넵스컵에서 끈질긴 투쟁심과 빠르고 공격적인 배구로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GS칼텍스의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린 차 감독의 지도력도 주목할 만 하다. 그는 '지옥 훈련'과 '미친개 작전'으로 전력을 끌어올렸다. 대회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된 강소휘는 "강도 높은 훈련으로 집중력을 키웠다. 왕복 달리기 훈련이다. 1세트에 20개 정도 하는데 1분 정도 안에 해내야 한다. 이걸 한 10세트 하는데 정말 힘들다"고 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미친개 작전'이라고 막히거나 잘 안 될 땐 미친개 처럼 소리지면서 하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더라"라며 웃었다.
한국전력은 김철수 감독 선임 후 첫 공식 대회서 우승을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펠리페-전광인-서재덕 삼각편대가 강력했다. 하지만 '지켜봐야 한다'는 게 배구계의 평가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감독은 "구단도 선수단에 최선의 지원을 할 계획이다. 선수단에 필요한 건 무엇이든 내가 책임지고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서브 제한시간(8초)을 알려주는 전광판이 활용됐다. 서브 8초룰을 강화해 속도감 있는 경기 진행을 하기 위함이었다. 실제 선수들은 전광판을 의식해 서브를 신속히 처리하며 경기에 속도감을 더했다.
하지만 변화된 비디오판독 규정을 두고는 '경기 흐름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흘러나왔다. 지난 시즌 5세트 추가 판독을 포함, 팀 당 최대 5회로 제한됐던 판독 신청기회가 이번 대회에선 '세트 당 1회, 오심 및 판독불가시 추가 1회 발생'으로 변경됐다. 팀 당 최대 10번, 양 팀 합쳐 최대 20번이다.
통상 비디오 판독 1회에는 1분40초~2분쯤 걸린다. 최대 40분 가량 비디오 판독으로 소요돼 경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수 있다. 신청 횟수 증가로 인해 경기 흐름이 끊기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한국배구연맹 관계자는 "인지하고 있는 사항이다. 올 시즌 V리그 개막 전에 기술위원회를 열어 해당 사안을 다룰 계획"이라고 답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