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많은 게 좋은 게 아니었다.
프로야구 막판 순위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두산 베어스의 공동 선두 등극, 롯데 자이언츠의 대약진 등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최근 순위 싸움의 판도를 보면, 정규 편성 경기 종료 후 잔여 경기를 치르며 운명이 갈린 두 팀이 있다. 바로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다. 양팀 모두 재편성 경기에서 맥없는 모습을 보이며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KIA는 정규시즌 우승 자리를 자칫하면 두산에 내줄 위기고, LG 역시 5위에 대한 희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두 팀의 공통점이 있다. 재편성 경기가 매우 많았다는 것이다. LG는 가장 많은 11경기, KIA는 두 번째로 많은 9경기였다. 가장 적었던 SK 와이번스가 3경기였던 걸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다. 지난 17일 정규 편성 경기가 종료됐고, 19일부터 재편성 경기가 진행됐다. LG는 6경기 2승4패, KIA는 5경기 1승4패의 치욕적인 성적을 거두고 말았다. 그 가운데 SK는 1경기 1승을 거둬 가만히 있는 데도 LG가 나가 떨어져준 격이 됐고, 두산은 4경기 전승으로 KIA를 따라잡았다.
사실 재편성 경기 일정이 발표됐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KIA와 LG를 순위 싸움의 유리한 팀으로 꼽았다. 경기가 많아 자력으로 승부를 낼 수 있다는 게 긍정 요소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양팀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건너간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와의 경기들이 많아 더욱 손쉽게 승수를 쌓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 두 팀 모두 이 고춧가루 부대들에게 호되게 혼났다.
한 야구 해설위원은 "경기수가 많다는 건 분명 유리한 요소가 맞았다. 하지만 그 것도 안정적인 전력을 갖춘 팀에 해당되는 얘기"라고 했다. 이길 경기에서는 이겨주는 힘이 있는 팀에게는 차곡차곡 승수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그렇지 못한 팀에게는 오히려 많은 경기가 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양팀 모두 불펜 전력이 매우 불안하다. 그리고 타선이 기복도 심하다. KIA이 경우에는 믿었던 원투펀치 헥터 노에시-양현종까지 흔들리며 더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이기며 승리의 기운을 이어가는 걸로도 부족한데, 충격적인 역전패들에 선수들에 체력만 낭비하고 다음 경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다른 팀들은 1~3선발 정도로 경기 운영을 하는데, 두 팀은 4~5선발을 모두 가동해야 하는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KIA는 임기영이 전반기 같지 않은 모습이고, 이민우도 잘해주고 있지만 아직은 불안한 신예다. LG 역시 임찬규가 불안하고 김대현도 부상 후유증이 있어 걱정이 있다.
아직 끝은 아니다. 남은 경기들이 많기에, 두 팀 모두 힘을 낸다면 기적을 이룰 수 있다. 중요한 건 집중력이다. 승부처에서 점수를 내고, 지킬 수 있는 마지막 힘이 필요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