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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회의 강스파이크]샐러리캡 증가-선수 정원 그대로, 유소년도 급한데 2군리그도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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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시즌 V리그 신인 남자 드래프트는 역대급 풍년이었다. 선수를 더 뽑고 싶은 구단들이 많았다. 그러나 장애물에 가로막혔다. 18명이 최대인 선수 정원이다. 4라운드부터 지명 패스가 이어지더니 수련선수까지 5명밖에 뽑히지 않았다. 큰 그림을 그렸던 현대캐피탈도 기존 두 명의 센터를 우리카드에 보낸 뒤에야 드래프트에서 두 명의 유망주와 계약할 수 있었다.

프로배구 발전을 위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결과물을 내고 있는 요소가 있다.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이다. 3년 전부터 연간 1억씩 샐러리캡을 인상하기로 하면서 남자 팀들은 23억원까지 쓸 수 있다. 프로배구가 태동했던 2005년 10억3500만원에서 13억원이 늘어났다는 건 프로배구 파이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선수들에게는 희소식이다. 18명이 나눠가질 수 있는 돈이 많아졌다.

샐러리캡 인상과 마찬가지로 프로배구가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선수 정원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프로배구 A팀 관계자는 "인기 정점을 찍은 프로배구에선 뛰는 선수만 뛴다. 바닥을 친 타 종목처럼 프로배구계가 스타 부재에 시달릴 걱정을 하는 것도 선수 풀(pool)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웜업존만 지키다 은퇴를 고민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선수는 뛰어야 선수다. 아무리 기량이 좋다고 한들 스타도 뛰지 못하면 결국 한낱 '그저 그런 선수'가 되고 만다. 축구에서도 K리그에서 맹활약했지만 유럽으로 건너가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해 기량이 저하된 선수들이 적지 않다.

프로배구에서는 기량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선수들이 뛸 무대가 없다. 컵 대회마저 대부분 주전 선수들이 뛰기 때문에 비 시즌에도 출전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선수들이 많다. 가령, 2016~2017시즌 드래프트를 거쳐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은 센터 김량우(23)는 지난 시즌 1경기와 올 시즌 컵 대회 1경기, 총 2경기밖에 코트를 밟지 못했다. 실업 팀에선 김량우를 원하지만, 우리카드로서는 포기하고 보낼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현대캐피탈만 해도 그렇다. 4~5년 뒤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차세대 자원들을 뽑았지만 결국 4~5년 안에는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훈련과 연습경기 뿐이다.

대안이 필요하다. 출전 기회가 부족한 선수들이 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경기력적인 면에서 주전-비주전의 격차를 없앨 수 있고, 선의의 경쟁이 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 변모할 수 있다. 선수 정원을 늘려 2군 리그 운영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이유다.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많아 보인다. 부상 선수들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고 부진한 선수들이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또 고용창출과 프로배구 몸집이 커질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구단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주전멤버 6~7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10여명의 선수들 중에서도 주전급이 될 자원이 많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전력 세터 강민웅처럼 연습생 신화를 쓸 선수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 정원 확대에는 찬성해도 2군 리그 효용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팀들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한국배구연맹(KOVO)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팀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재정적인 부분이다. 2군 리그에 참가하려면 2군 감독과 코치도 필요하고 구단운영비가 상승한다. KOVO는 올해 예상수익을 1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이 돈을 유소년 선수들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내부 논의를 거쳤다. 이 중 일부를 2군 리그 운영비에 활용하는 것도 구단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2군 리그는 아직 시도해보지도 않은 분야다. 타 종목의 실패 사례는 참고할 만한 사항이지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충분히 성공 사례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도전없이 발전도 없다.

스포츠2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