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을 잘치는 선수로 기억되겠죠. 저는 최선을 다했던 선수, 모범이 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선수로서 기자들앞에 마지막으로 앉았다. 이승엽은 3일 자신의 프로 마지막 경기인 넥센 히어로즈전에 앞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아침에 기분이 어땠나.
▶기분이 좀 별로더라. 마지막이니까 아! 야구장에 가기 싫다는 마음이 들더라. 그만큼 심장이 하나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다. 아실지 모르지만 저에겐 야구가 너무나 많은 것을 줬다. 그것을 다시는 안할 생각을 하니 많이 아쉽더라. 어제까지는 전혀 못느꼈는데 오늘은 뒤숭숭하고 쓸쓸하더라.
-집을 나오면서 가족에게 한 말이 있나.
▶오늘은 아무말도 안하고 다녀올게, 있다가 보자고 했다. 어제 아내가 아쉽냐고, 서운하냐고 묻더라. 난 당연히 서운하다고 했다. 그게 당연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오늘 경기에 목표가 있다면.
▶어제까지는 안타도, 홈런도 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늘 하루를 그냥 부상없이 잘 보내고 싶고, 그냥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안타를 치고 못치고를 떠나서 마지막 경기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팬들에게 가슴속에 이승엽이란 선수가 있었구나 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3번-1루수로 선발출전하는데.
▶아주 감사하다. 자욱이가 3번에서 5번으로 내려갔는데 우리팀의 3번타자는 자욱인데 오늘 하루를 위해 바꿔준거라 고맙다. 제가 제일 좋았을 때가 삼성에서 3번-1루수로 뛸 때였다. 그렇게 오더를 짜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눈물이 날것 같나
▶원정에서 은퇴 세리머니 볼 때도 가슴이 찡할 때 있었지만 잘 참았다. 울지 안울지는 판단을 못할 것 같다. 상황이 와봐야 알 것 같다. 냉정하게 내 마음을 잘 다스릴지는 잘 모르겠다.
-팬들께 드릴 말 준비 안했나.
▶오늘 어떤 말을 할까 고민하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멘트를 다 못할 거다. 아마 10분의 1도 못할 거다. 감사했던 분께 인사드리고 싶고, 야구 선수로는 더이상 말씀드릴 수가 없기 때문에 고마움을 말씀드리고 싶다.
-일본에서도 팬들이 오늘 경기에 오셨다고 하는데.
▶일본에서 8년간 생활했는데 열성적인 팬들이 많았다. 2군에서도 원정까지 오신 팬들이 계셨다. 8년간 팬 여러분들께는 만족시켜드리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은퇴를 하게됐으니 8년간 감사했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일본팬들은 이승엽 선수가 좋은 활약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본인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는 못미쳤다. 2군에 있는 시간도 많았고 한국에서처럼 폭발력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성공, 실패를 떠나 많은 것을 배운 곳. 이렇게 23년간 할 수 있도록 나태해지면 안되겠다는 것을 일본에서 실패에서 배웠다.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성공은 아니다.
-은퇴 이후의 길은.
▶고민중이다. 상의를 하고 있고 여기서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다. 공부도 생각하고 있고, 해설도 생각하고 있고, 다른 부분도 생각하고 있지만 공부하러 가는게 아니면 해설이지 않을까 싶다.
-가장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먼저 부모님이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강조하신 아버지, 돌아가셨지만 어머니께서 몸을 챙겨주셨기 때문에 결혼전까지 부상없이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었다. 결혼 16년째인데 아내가 큰 부상없이 좋은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줬다. 가족에게 감사드린다. 얼굴을 보고 말하긴 힘들어서 지금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야구쪽에 많은 분들이 계시다. 한분 한분 꼽을 수가 없을 정도로 고마운 분들이 많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지도자분 중에선 처음으로 타자로 바꾸신 박승호 코치님, 형같이 도와주신 박흥식 코치님, 홈런타자로 만들어주신 백인천 감독님, 지바롯데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정신 무장을 도와주신 김성근 감독님, 돌아올 수 있게 해주신 류중일 감독님, 타격코치로 도와주신 김한수 감독님이 기억난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했었는데.
▶국가대표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는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많은 실패, 실수도 했지만 한번씩 극적인 장면에서 안타 홈런을 친 것은 대한민국만의 끈끈한 관계가 집중력을 단기전에서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가다. 우리나라는 굉장히 강하다.
-다시 태어나면 야구를 하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행복하다. 스타가 됐을 때는 너무나 행복하고 누구보다 가진 것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라운드에서 누리는 행복은 크다. 하지만 스타가 될 때까지의 과정은 너무나 힘들다. 절제도 해야하고 연습도 해야하고, 보통 노력으로 되는게 아니다. 참고 해야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다시 이런 기회가 온다면 평범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애착이 가는 기록은
▶팀으로선 한국시리즈 6차전의 동점홈런이다. 첫 우승을 한 2002년 기억이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56홈런이 나에겐 최고의 홈런이 아닐까. 1999년 54호로 끝나서 아쉬운 해였다. 54개 쳤을 때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2003년 마지막날에 첫 타석에서 쳤는데 이제보니 14년전 어제였다. 55개에서 끝났다면 다시는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았기에 아쉬움속에 후회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 홈런이 값진 홈런이다.
-대구에서 많은 것을 이뤘는데.
▶대구 시민 야구장이 너무나 낙후된 곳이어서 라커룸에서 식사하고 쉬는게 너무 힘들었다. 라이온즈파크같은 이렇게 좋은 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싶었다. 여기서 2년간 생활하면서 너무 좋은 추억을 쌓았다. 팀 성적이 이것밖에 나지 않아서 팬들께 송구스럽지만 과도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후배선수들이 이렇게 좋은 야구장에서 침체가 되고 있는 라이온즈를 정상으로 돌려 놓으면 좋겠다.
-선수들의 일탈에 대해 쓴소리를 했었는데.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프로야구 전체 선수들이 반성해야 될 일이다. 한명의 잘못이 그 선수의 잘못이 아니고 모두가 잘못되고 있는게 아닌가. 안좋은 일은 일어나서는 안된다. 야구장을 찾아주시는 어린이팬들이 보고 배울 점을 생각하면서 해야한다. 앞으로 후배들이 어린이 팬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을 때 구자욱같은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도록 만들면 좋겠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홈런 잘치는 선수로 생각하실 거다. 최선을 다했던 선수, 모범이 되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대표팀에서의 순간을 꼽는다면
▶23년간 뛰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너무많다. 국가대표는 한경기 한경기 모두 기억에남는다. 시드니올림픽 3,4위전서 삼진 3개 당하고 안타쳤을 때의 희열. 내가 못쳐서 패했다면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타석에 섰다. 베이징올림픽때도 이전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었다. 후배선수들이 그렇게 열심히 해주고 있는데, 모두가 잘하고 있는데 팀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 후배 볼 낯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홈런을 쳐 이겨서 그날은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었다. 스포트라이트는 내가 다 받았지만 고생은 후배들이 했다. 2008년 베이징 멤버가 기억에 남는다.
-이제 뭘 하고 싶은가.
▶워낙 야구선수가 활동적이고 원정도 많이 다녀서 집에만 있으면 좀이 쑤실것 같다. 야구 다음으로 골프를 좋아한다. 가족이 허락해 줄지 모르겠는데 골프 실컷 하면서 야구쪽에선 쉬면서 다른 모습을 찾고 싶다. 안정이 되면 일을 하든지 가족과 시간을 보내든지 삶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아내가 시구를 하기로 했는데
▶집에서 던져보라고 했는데 곧잘 던지더라. 올스타전때 큰아들이 했는데 마무리를 아내가 할 수 있어서 좋다. 구단에서 물어보셔서 흔쾌히 찬성을 했다. 내가 없었을 때 아버님이 한번 하셨더라. 마지막 의미있는 경기에 나와 가장 가까운 아내가 할 수 있어서 좋다. 내가 시포를 할 예정인데 공이 뒤로 빠지지 않도록 막도록 하겠다.
-이승엽에게 야구란.
▶내 인생이고 보물이다. 야구를 제외하곤 내 이름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꿈이 야구선수였고, 야구선수가 됐고 한국 최고가 됐고 얻은게 너무나 많았다. 죽을때까지 야구인으로 살 생각이다. 어떤식으로든지 삼성 라이온즈, 대한민국 야구를 위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야구는 진짜 내 사랑이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