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러시아)=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와 거스 히딩크 감독이 만났다. 그리고 역할에 대한 합의를 봤다. 양 측은 6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칸에 있는 히딩크 감독의 자택에서 미팅을 가졌다. 협회에서는 이용수 부회장과 전한진 국제팀장이 나섰다. 협회와 히딩크 감독은 점심과 저녁을 함께 하며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 미팅을 마치고 모스크바로 온 이용수 부회장을 만났다.
▶두가지 합의
일단 역할에 대한 부분부터 협의했다. 협회는 기술위원회를 열어 히딩크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정확한 역할을 직접 만나서 논의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이에 협회는 히딩크 감독과 만나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해왔다. 결국 6일 칸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히딩크 감독은 "공식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공식적인 직책은 맡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월드컵 기간 중 방송 해설 등 계획된 일들이 있었다. 때문에 공식 직책은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협회와 이어지고 있는 좋은 관계(existing good relationship)에 있다. 어떤 형태로든 협회와 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한 가지를 더 했다. 바로 남북 교류였다. 히딩크 감독은 남북의 대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축구를 통해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 부회장은 "히딩크 감독이 2018년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더 큰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협회도 여기에 대해 동의했다. 우리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서로 도와야 할 것이라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감독 의사
일단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히딩크 감독이 진짜 대표팀 감독을 맡을 의사가 있었냐는 점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우선 이런 상황이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했다. 이 부회장은 "히딩크 감독은 현재 한국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면서 "문자로 이야기가 들어간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협회에서는 이 제안을 히딩크 감독의 의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도 이해했다. 여기에 대표팀의 경기력이 기대 이하가 되자 2002년의 향수가 일어난 부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히딩크 감독은 '축구가 잘되기 위해서 하는 상황인데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협회의 바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히딩크 감독과 신태용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최종예선 2경기를 남겨놓고 기술위원장과 협회가 신 감독을 선택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신 감독도 자신의 지도자 인생을 건 도점임을 이해했다. 이어 신 감독이 본선에 진출하면 본선을 가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협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비공식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히딩크 감독은 '비공식적'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 부회장은 "몇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유럽팀과 한 조가 됐을 때의 경우 히딩크 감독의 경험이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상대팀 분석, 전술적인 조언이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러시아 베이스캠프 등에 대한 부분이다. 히딩크 감독은 오랫동안 러시아 대표팀을 맡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제공하는 자료보다 더 현실적이면서도 귀중한 자료 등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모스크바 인근 베이스캠프는 '교통 체증'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정보 등을 제공하고 추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협회와 히딩크 감독은 직접 소통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그동안 협회는 히딩크 감독과 국제팀을 통해 직접적으로 소통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서는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이 중간에 끼어있었다. 그 결과 논란은 증폭되고 불필요한 소모전 양상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이에 서로 더욱 돈독하게 직접적인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