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체력으론 안 된다. 매우 떨어지는 수준이다."
한국 축구는 위기다. 9회 연속, 통산 10회 월드컵 본선 진출 의미는 퇴색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2위.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57위)보다 낮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유럽 원정 평가전 2연전에서도 제대로 망신 당했다. 러시아, 모로코에 완패했다. 결과, 내용 모두 챙기지 못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한국축구,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K리그 챌린지 성남 사령탑이자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인 박경훈 감독은 '체력 부족'을 지적했다. 박 감독은 22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전고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35라운드를 앞두고 "한국 축구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 명백한 위기"라고 운을 뗀 뒤 "여러 문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 감독은 "전세계적으로 축구는 상향 평준화 추세다. 이런 변화 속에 한국은 제대로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답답하고 분하긴 해도 이게 한국의 현주소"라고 했다.
쓴소리가 이어졌다. 박 감독은 "해외파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과거 대표팀에 비해서다. 다른 나라 역시 한국 이상의 빅리거들을 보유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소속팀 출전도 많다"며 "우리의 문제는 대표급 자원들이 정상적인 체력과 컨디션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 대표팀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기술적인 측면은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결국 유럽, 남미 강팀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기본적으로 체력이 뒷받침 돼야 전술도 소화하고 부족한 기술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는데 지금 대표팀은 그게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좋은 선례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들었다. 박 감독은 "그 때 경기를 보면 당시 선수들의 체력이 어마어마했다. 장기 합숙 훈련으로 다져진 조직력도 엄청난 효과였지만, 결국 체력적으로 준비된 선수들이었기에 훈련과 전술의 효과를 더 크게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개막까지 8개월여 남았다. 내년 6월 14일 열린다. 박 감독은 "대회가 열리는 시점엔 해외파, 국내파 할 것 없이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시점이다. 대표급 자원들이 스스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에 조언도 잊지 않았다. 박 감독은 도종환 시인(현 문화체육부장관)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인용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지금 한국은 분명 위기다. 신 감독은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재능이 풍부한 젊은 지도자"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신 감독의 철학을 확실히 대표팀에 입히길 바란다. 어렵고 힘든 상황일수록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 신 감독은 그럴 능력이 있는 지도자"라고 했다.
성남=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