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풀세트 혈투, 원인은 무엇일까. 또 언제까지 지속될까.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의 화두는 단연 '풀세트 혈투'다. 끝장 승부가 쏟아지고 있다.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치열한 시소게임의 연속이다.
전문가들에게 원인을 물었다. 공통된 답이 돌아왔다. 정답은 '전력 평준화'였다. 이숙자 KBSN Sports 해설위원은 "가장 선수 이동이 많았던 시즌이다. 그만큼 모든 팀이 약점을 채웠다고 볼 수 있다. 팀 간 전력 차가 그 어느 때보다 크지 않기 때문에 매 경기 치열한 승부가 연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가지 원인을 더 들었다. '조직력'이다. 이 위원은 "트레이드, 자유계약 등으로 선수 이동이 많았던 만큼 조직력 측면에선 완성도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전술 완성도가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조직력과 호흡이 정상적 수준에 못 올라온 시점이기에 결정 해야 할 때 못 해 접전이 연출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소연 SBS Sports 해설위원도 같은 견해였다. 장 위원은 "각 팀 마다 아킬레스건이 있다. 올 시즌엔 모든 팀들이 그간 약했던 부분을 착실히 채웠다"며 "그만큼 서로 공략할 수 있는 포인트가 줄어든 것도 있다"고 했다.
장 위원 역시 완성되지 않은 조직력을 또 다른 원인으로 짚었다. 장 위원은 "선수 이동이 많았던 데다 시즌 초반이기에 조직력이 올라오지 않은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외국인선수의 기량에도 주목했다. 장 위원은 "그 동안 V리그 여자부는 1~2명의 특출한 외국인선수들이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면서도 "하지만 올 시즌 비록 초반이기는 해도 거의 모든 외국인선수들이 기본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간 큰 변수였던 외국인선수 활약도 차이가 많이 준 것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전력 평준화로 인해 쏟아지고 있는 초반 혈투.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까. 이 위원과 장 위원은 "그리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위원은 "1라운드를 마치고 나면 어느 정도 경계가 생기기 시작할 것"이라며 "한 바퀴를 돌면서 팀 간 체력, 조직력 차이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전력 평준화로 인해 시즌 초반 풀세트 경기가 많지만, 2라운드 접어들면서 이런 상황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 역시 "현재의 박빙 현상은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평준화된 전력에 시즌 초반이기에 접전이 많이 펼쳐지지만 2라운드부터는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장의 목소리도 동색이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모든 팀이 약한 부분을 채웠다. 외국인선수들의 기량도 비슷해 풀세트 경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이 보는 향후 승부의 주요 변수는 수비력과 높이다. 이 감독은 "시즌 초반이라 분석에 큰 의미 없을 수도 있지만, 올 시즌 수비력과 높이를 갖춘 팀이 접전 중에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수비력과 높이는 시즌 도중 갖추기 어렵기에 시간이 흘러 조직력이 더해진다면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