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땀을 쥐게 한 한판이었다. KIA 타이거즈가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에이스 양현종의 완봉 역투 속에 1대0으로 신승했다. 8회까지 점수가 나지 않으며 누가 승자가 될 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흐름으로 경기가 이어졌는데, KIA의 결승점은 정말 허무하게 만들어졌다.
▶그레잇!-지옥 갈 뻔 하다 천당행 버나디나
KIA 양현종과 두산 장원준의 피말리는 투수전. 그나마 공격의 막힌 혈을 뚫어준 선수가 바로 KIA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였다. 버나디나는 2차전 1회 첫 타석 볼넷으로 출루해 도루까지 성공시켰고, 4회와 6회에는 안타를 치며 찬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후속타 불발로 홈을 밟지 못해 땅을 쳐야했다.
버나디나는 8회말 김주찬이 행운의 2루타를 때려 만들어진 무사 2루 찬스에서 강속구 좌완 함덕주를 상대로 침착하게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살 떨리는 순간, 번트 경험도 많지 않은 버나디나가 이렇게 안정적으로 번트를 대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KIA는 결승 득점의 찬스를 잡았다.
1차전에서도 추격의 스리런포를 때린 버나디나는 2차전에서도 홀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1차전 버나디나의 홈런이 나오지 않아 두산에 완패를 했다면, 2차전까지 악영향이 미칠 게 뻔했다. 졌어도 중요한 홈런이었다.
하지만 딱 하나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 4회 선두타자로 나와 안타로 출루 후 견제사로 아웃된 것. 이어진 상황 풀카운트에서 최형우의 중월 2루타가 나왔기에 1루에만 있었다면 일찌감치 선취점을 뽑을 수 있었다. 그래도 귀중한 승리를 따냈으니, 이 실수는 묻힐 수 있게 됐다.
▶스튜핏!-국가대표 양의지-김재호의 어이없는 협살 플레이
8회말 0-0 상황. 1사 1, 3루 두산의 대위기. 두산은 마무리 김강률을 투입해 나지완을 상대하게 했다. 차라리 시원하게 안타를 맞고 결승점을 내줬다면 모를까, 정말 허무한 본헤드 플레이로 두산은 KIA에 승리를 헌납했다.
김강률은 나지완을 3루 땅볼로 잘 유도했다. 3루주자 김주찬이 협살에 걸렸다. 김주찬은 1루주자 최형우가 3루까지 오게 하기 위해 중간에서 최선을 다해 뛰었다. 김주찬이 홈에서 3루쪽으로 돌아갈 때, 양의지가 3루커버를 들어온 유격수 김재호에게 공을 던졌다. 1차 실수는 여기였다. 3루쪽으로 더 몰고 갔어야 했는데, 던지는 타이밍이 너무 빨랐다.
김주찬은 당연히 홈쪽으로 뛰었다. 그런데 김재호가 다시 홈을 향해 공을 던지는 게 아니라 3루로 오고 있던 최형우 태그에 신경을 썼다. 그 시간이 꽤 길었다. 그러자 김주찬이 전력질주를 해 홈을 파고들었다. 뒤늦게 홈으로 공을 던져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3루주자 최형우를 잡고 결승점을 주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김재호는 무조건 김주찬을 신경썼어야 했다.
더 안타까운 건 이런 실수를 할 두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양의지, 김재호 모두 국가대표 주축 선수들이다. 뭐에 홀려 공을 일찍 던지고, 다른 주자를 태그했는 지 모르겠지만 이 기본적 플레이 실수 하나가 시리즈 전체를 어떻게 뒤집을 지 모른다.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