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오재원의 존재, 단기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오재원은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밉상 캐릭터'로 주목을 받아왔다. 경기 중 거침없는 감정 표현을 하고, 상대팀 선수들과 자주 시비가 붙었다. 지난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 국가대표로 일본전 활약을 통해 '오열사' 별명을 얻으며 밉상 이미지가 많이 사그러드는 듯 했지만, 아직까지도 오재원에 대해 삐딱한 시선을 갖고있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에서도 그랬다. 오재원은 8회말 수비에서 선두 최형우의 땅볼 타구가 불규칙 바운드를 일으키며 자신을 넘어가 안타가 되자 분을 삭이지 못하고 글러브를 팽개치며 화를 냈다. 외야 잔디까지 나가는 시프트를 걸어 완벽한 작전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불규칙 바운드가 나오니 순간적으로 많이 화가 났을 것이다. 2점차 리드였기에 선두타자가 나가고, 못나가고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필요 이상의 분풀이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프로 선수가 승부욕이 불타올라 마음에 안드는 상황, 화를 낼 수도 있지만 어린이팬들도 지켜보는 데 지나친 액션이었다는 것이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하지만 그 행동으로 오재원이 그 타구를 얼마나 잡고 싶었는지, 얼마나 이기고 싶었는지도 가늠해볼 수 있었다. 열정이 넘치다, 지나치다 어떤 단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 다르지만, 어찌됐든 오재원은 이 단어들의 범주 안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해야할 건 그 다음 상황이었다. 두산은 무사 1, 2루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으나 김강률이 안치홍을 병살로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공을 잡아내 2루로 연결시킨 3루수 허경민은 병살타가 완성되자 너무 기뻐 김강률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환호하느라 바빴다. 그러나 오재원 혼자 다급했다. 3루쪽으로 달려오며 허경민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소리쳤다. 허경민이 너무 좋아한 나머지 3루 베이스를 비운 것. 이 때 2루주자가 3루까지 갈 수도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온몸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만큼 상황을 냉정히 보고,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오재원은 이번 가을야구를 앞두고 김재환으로부터 주장 완장을 받았다. 다른 팀이 보기에는 얄미울 수 있지만, 팀 내에서는 후배들에게 가장 신망받는 선배가 오재원이라고 한다. 다른 팀 한 코치는 "오재원 같은 유형의 선수는 다른 팀이면 눈엣가시가 될 수 있어도 같은 팀이면 정말 좋은 선수다. 오재원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 팀 동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이렇게 리더 역할을 하는 선수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재원은 1차전 4회 천금의 선취점을 밀어내기 볼넷으로 만들어냈다. 수비에서도 굉장히 집중력 높은 플레이를 선보이며 KIA의 공세를 막아냈다. 올해 정규시즌은 타율 2할3푼7리로 최악의 시간을 보냈지만, 다 지난 일이다. 한국시리즈에서 만회하면 된다. 일단 1차전에서는 캡틴으로서의 역할을 매우 잘 해냈다. 물론, 성질을 조금만 죽이고 플레이 한다면 금상첨화다.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