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KIA 타이거즈는 6대3으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승리를 이끈 원동력은 역시 선발 팻딘의 호투였다. 이날 팻딘은 7이닝 동안 6안타 2볼넷 3실점하며 승리투수가 됐고, 경기 후 한국시리즈 3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되는 영예를 품에 안았다.
팻딘의 이날 호투는 기대치를 훨씬 넘어선 결과였다. 한국시리즈 3차전 선발 자리를 맡겼지만, KIA 벤치도 그가 이렇게 긴 이닝을 잘 던져줄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올 시즌 9승7패 평균자책점 4.14로 압도적인 성적은 내지 못했기 때문. 5월까지는 완투승을 포함해 빼어난 위력을 보였지만, 6월부터 8월까지 부진의 늪에 빠졌다. 그나마 9월에 2승1패에 평균자책점 2.38로 부활의 기미를 보였지만, 일말의 불안감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3차전의 팻딘은 시즌 초반의 모습을 완전히 회복했다. 7회까지는 단 1실점만 했다. 보우덴에게 맞은 솔로 홈런 하나 외에는 두산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힘이 떨어졌는지 선두타자 민병헌에게 안타에 이어 오재원에게 볼넷을 내주고 교체됐다. 뒤이어 나온 세 번째 투수 심동섭이 김재환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며 팻딘의 자책점이 3점으로 불어났다.
이런 호투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기술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이 모두 합쳐진 결과다. 우선 기술적으로는 투구판 위치 이동이다. 이대진 투수코치의 조언을 받아 투구판을 밟는 위치를 1루쪽으로 약간 옮겼다. 29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팻딘은 "확실히 위치를 이동했더니 구위가 좋아진 것 같다. 많은 도움이 됐다"고 인정했다.
또한 심리적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알고보니 팻딘은 이미 미국 시절부터 낮경기에 대해 특히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팻딘은 "예전부터 낮에 경기를 하는게 특별히 좋았다. 날씨도 따뜻해서 밤경기 보다 더 던지기 편했다"면서 "또 대부분 타자들이 밤경기에 익숙해서 낮경기를 할 시간에는 컨디션이 떨어진다. 아무래도 잠이 부족한 탓이 아닐까. 그래서 나에게 더 이득이다"라며 껄껄 웃었다.
아쉽게도 팻딘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낮경기에 나올 일은 더 이상 없다. 전날 선발 등판한 탓에 낮경기로 치러지는 4차전에는 나올 수 없고, 5~7차전은 밤경기이기 때문.
하지만 팻딘이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은 미약하지만 있다. 그는 우승을 위해서는 불펜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물론 현재 KIA 불펜에 여유가 있어 김기태 감독이 굳이 팻딘을 끌어 쓸 가능성은 떨어진다. 그러나 앞일은 알 수 없다. 우승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팻딘이 다시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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