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파죽의 3연승을 내달렸다. 이제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는 1승만 남았다. KIA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선발 임기영의 역투와 응집력을 선보인 타선을 앞세워 5대1로 승리했다. 1차전을 패했던 KIA는 2,3,4차전을 연거푸 승리하며 통합우승 8부 능성을 밟았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3승1패를 기록한 팀의 우승 확률은 무려 93.8%였다. 16차례 중 15차례나 우승에 성공했다. 3승1패에서 준우승에 그친 적은 공교롭게도 2013년 두산 베어스가 유일했다.
팽팽한 선발 대결이었지만 웃은 쪽은 KIA였다. KIA 선발 임기영은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렀지만 떨지 않았다. 임기영은 5⅔이닝 동안 5안타 무4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수는 81개였다. 2-0으로 앞선 6회말 2사후 두산 5번 오재일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는데 KIA 우익수 이명기의 타구판단이 애매했다. 전진하다 바운드를 맞추지 못해 볼이 뒤로 흘렀다. 2사 2루에서 KIA 벤치는 임기영을 내리고 두번째 투수 심동섭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날 임기영은 이렇다할 위기조차 없었다. 4회를 제외하고는 매이닝 안타를 내줬지만 기가막힌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임기영의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첫 선발승.
사실 임기영은 김기태 KIA 감독이 가장 고민했던 카드였다. 한국시리즈에 임박해서도 선발로 기용할지 불펜으로 쓸지 고심했다. 선발로 내기엔 후반기에 다소 부진했다. 불펜을 생각했던 이유는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확실하고 사이드암이라는 잠수함 투수 이점 때문이었다.
결단을 내렸고, 벤치의 의도는 정확하게 적중했다. 두산 타자들은 임기영의 자신감 넘치는 피칭에 흔들렸다. 임기영은 올시즌 23경기(19차례 선발)에서 118⅓이닝을 소화하며 8승6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했다. 전반기에만 7승(두차례 완봉 포함)을 따내며 KIA의 선두 질주에 힘을 보탰다. 후반기에 흔들렸지만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서 임기영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KIA 방망이는 필요할때 확실하게 점수를 뽑았다. 1회부터 찬스를 잡았다. 1사후 2번 김주찬이 두산 선발 유희관의 초구를 강타해 중월 2루타로 연결했다. 이어 3번 로저 버나디나의 벼락같은 우익선상 1타점 3루타. KIA가 1-0으로 앞선 1사 3루. KIA 4번 최형우의 타구는 깊숙한 1루수 방면 땅볼. 두산 1루수 오재일이 뒷걸음질하며 어려운 바운드를 잡아냈으나 문제는 다음이었다. 달려가자니 1루까지 멀어보이고,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고 있어야할 유희관은 스타트가 늦었다. 유희관의 피칭 뒤 실책성 커버플레이에 내야안타가 나왔다. KIA의 2-0 리드. 선취점의 중요성을 감암하면 무척이나 중요한 순간이었다.
6회까지 침묵하던 KIA는 7회에 상대 빈틈을 파고들었다. 2사 1,2루에서 2번 김주찬의 내야 땅볼을 두산 유격수 김재호가 제대로 잡지못했다. 얌전히 굴러오던 타구가 갑자기 툭 튀었고, 김재호를 맞고 뒤로 흘렀다. 3-0. 이후 3번 버나디나가 1타점 좌전안타를 더했다. KIA는 4-0으로 달아났다. 두산이 8회말 1점을 따라붙자 KIA는 9회초 1점을 더하며 두산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두산 선발 유희관은 6⅓이닝 7아나 3실점(2자책) 퀄리티 스타트에도 웃지 못했다. 1회 2실점이 뼈아팠다. 너무 이른 실점에 분위기가 살짝 다운됐다. 2회부터 6회까지 무실점행진을 이어갔지만 두산 타선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두산은 9회까지 9안타, 4사구 4개를 기록했지만 3개의 수비실책이 실점 빌미를 줬고, 찬스에서는 지독한 후속타 빈곤에 시달렸다. 잠실=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