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러시아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IOC는 도핑 스캔들에 휩싸인 러시아에 강한 징계를 내릴 움직임이다. 러시아도 손놓고 당할 자세는 아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다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 회장도 나서 평창동계올림픽 불참 의사로 맞섰다.
IOC는 러시아가 국가 주도로 조직적 도핑(금지약물 복용)을 했다고 보고 있다. 캐나다 변호사 리처드 맥라렌은 2016년 리우올림픽 직전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30개 국제 대회에 출전한 러시아 선수 1천명이 도핑 결과를 조작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러시아의 조직적이며 광범위한 불법 금지약물 복용 실태 폭로는 전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또 러시아반도핑연구소장을 지낸 그리고리 로드첸코프 박사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선 도핑 조작을 더욱 노골적으로 했다고 밝혔다. 샘플 바꿔치기 수법 등이 동원됐다고 한다. 맥라렌 보고서가 나온 이후 지난해 리우올림픽 육상과 역도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출전 금지됐다
IOC는 러시아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는 7일(한국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IOC 고위관계자들이 러시아 징계를 검토 중이며 다음달 5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IOC 집행위원회에서 징계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징계안은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국가 연주를 금지하고, 선수들에게 러시아 국기가 박힌 유니폼을 입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개회식 때 러시아 선수들의 입장을 배제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16일 서울에서 집행위원회를 갖는다. 여기서 러시아 도핑 스캔들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WADA 결정은 IOC 징계 수위와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 IOC는 다음달 집행위원회에서 러시아의 평창올림픽 참가 허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과 영국 등은 공동 성명을 통해 평창대회에서 러시아를 배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IOC는 최근 금지약물 복용이 확인된 소치올림픽 남자 크로스컨트리 50㎞ 단체 출발 우승자 알렉산더 레그코프의 메달 발탁과 동시에 올림픽 출전을 영구 금지했다.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IOC가 검토할 수 있는 징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드미트리 체르니셴코 KHL 회장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 선수들에 대한 IOC의 도핑 조사를 문제삼을 경우 KHL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불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평창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NHL에 이어 KHL까지 불참할 경우 평창 대회 아이스하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가 대부분 빠진 주니어들의 무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