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닿는 데 까지 계속 뛰어오를거에요."
전광인(26·한국전력)은 무시무시한 점프력의 소유자다. 공식 측정 기록은 없다. 그의 서전트 점프가 90cm에 달한다고 알려졌을 뿐이다. 전광인에게 직접 묻자 수줍게 웃는다. "저도 궁금하네요."
전광인은 "제대로 측정한 적은 없다. 다만 몇 년 전 뉴스 방송 준비하면서 러닝 점프를 뛰었는데 1m10이 나왔다"고 했다. 실로 엄청난 높이. "기록을 보고 나도 놀랐다."
용수철 같은 전광인의 탄력은 타고난 도약력에 노력이 덧씌워진 결과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능력이 조금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선수 생활을 하면서 훈련을 통해 더 강화된 것 같다."
전광인의 키는 1m94다. 런닝 점프를 했을 때 그의 눈 높이는 약 3m에 달한다. 날개를 펼친 전광인의 시야엔 어떤 풍경이 들어올까. "컨디션 좋을 땐 뭐랄까, 상대 블로커 손이 조금 아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상대 수비의 위치까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도 있다." 놀라운 체공력이다. 높이 뛰어올라 타격할 공에 집중하는 동시에 블로킹 벽과 그 너머에 있는 수비 위치까지 본다는 얘기다. 정작 당사자는 부끄러워한다. "진짜 컨디션 좋을 때만 그래요."
거짓말처럼 높이 뛴다. 하지만 그 뒤엔 말 못할 부담감도 있었다. 그는 올 시즌부터 주장을 맡았다. 전광인은 "올 시즌 들어가면서 감독님께서 주장을 하라고 하셨다. 나보다 형들도 계시는데 (윤)봉우 형 뒤를 이어 주장이라고 하니 부담이 됐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에이스'도 그의 역할이다. 전광인은 한국전력의 주 득점원이다. 양 어깨에 '주장-에이스의 무게'를 짊어졌다. 그래도 웃는다. "그만큼 내가 믿음을 얻고 있다는 생각이다. 심적 부담이 짓누를 때가 있지만, 내 점프는 절대 눌리지 않는다."
이제는 아예 몸의 일부처럼 고질이 된 지긋지긋한 무릎, 발목 통증도 전광인의 도약을 막을 수 없다. 전광인은 "2년 전 대표팀서 훈련할 때부터 왼 무릎 연골에 이상이 생겼다. 그 때부터 계속 도움닫기 할 때와 착지 할 때 통증이 있다"며 "왼 무릎 뿐 아니라 왼 발목에도 통증을 느끼지만 다른 모든 선수들처럼 나 역시 통증을 이겨내고 점프를 한다"고 했다.
전광인의 어깨를 짓누르는 게 하나 더 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이다. 한국전력은 시즌 개막 전 세터 강민웅을 잃었다. 그리고 지난달엔 서재덕도 쓰러졌다. 책임감이 더 커졌다. 그는 김철수 감독에게 직접 요청해 리시브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서)재덕 형의 공백이 크지만 모든 선수들이 조금씩 희생하면 완벽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전광인이 매순간 떠올리는 글귀가 있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전광인은 "그간 경기할 때 흥분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것 때문에 그르치는 경기도 있었다"며 "나도 나이를 먹고 있고 이젠 팀의 주장이다. 내 부족함으로 팀 발목 잡는 일은 절대 없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