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딜레마다. 동하가 '이판사판'의 최종 범인이어도, 범인이 아니어도 문제란 얘기다. 범인이어도 뻔하고 범인이 아니어도 뻔한 이 상황은 왜 탄생하게 됐을까.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수목드라마 '이판사판'(서인 극본, 이광영 연출)은 큰 사건인 김가영 강간살인사건의 진범을 파헤치기 위한 이정주(박은빈)의 모습이 8회에 걸쳐 그려졌다. 법정물은 다룰 수 있는 사건의 범위가 넓어 웬만해선 '실패 없는' 소재로 손꼽히지만, '이판사판'이 그리고 있는 법정물은 한개의 사건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크게 얻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현재 누명을 쓴 최경호(지승현)이 검사인 도한준(동하)을 진범으로 지목하고 있고, 도한준이 지금까지 꾸준히 의심을 할만 한 행동을 이어온 것으로 봤을 때 그가 범인일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 이 때문에 전체 회차(32회분) 중 8회까지만 진행된 '이판사판'의 재미가 반감되고 있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다 도한준의 행동이 눈에 띄게 의심스러웠던 것도 재미를 반감시킨 요인이 됐다. 그동안 자신이 진범으로 의심 받을 수 있는 행동을 극중 이정주 뿐만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보여주며 용의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켰기에 시청자들이 너무나 쉽게 '저 사람이 범인'이라고 의심할 수 있던 것. 아직 극이 8회까지밖에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전개는 환영 받지는 못할 부분임에 틀림 없다.
또 도한준이 범인이 아닐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 8회까지밖에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인의 윤곽이 드러났으니 요즘 세상의 '머리 좋은' 시청자들은 당연하게도 '반전이 있을 것'이라며 확신에 찬 시선을 보내는 것. 이런 상황에서 도한준이 또다시 범인이 아니었음이 드러난다면 예상된 반전이기 때문에 재미가 또다시 꺾일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법정물의 매력은 큰 사건을 둘러싼 작은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검사, 변호사, 그리고 판사 등 법조인의 이야기가 쉴 틈 없이 펼쳐진다는 것이지만, 지금 '이판사판'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하나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그려지는 동시에 범인의 윤곽, 그리고 반전의 요소까지 너무나 쉽게 드러나버렸으니 이는 드라마라는 도박판에서 이미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패를 너무 빨리 들켜버리고 만 셈.
이 덕분에 폭발적으로 감정을 내보이며 열연 중인 동하의 연기만 아까워지는 상황에 도달하고만 '이판사판'이다. 매회 소름 돋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는 있지만, 허술한 스토리가 그의 연기를 돋보이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 도한준이 범인이어도, 범인이 아니어도 문제인 '이판사판'이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끊임없이 선사하며 남은 24회를 효과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는 제작진의 역량에 달렸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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