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핫'한 뉴스는 일본인 투수 오타니 쇼헤이다.
지난 2일(한국시각) 오타니 포스팅이 시작됐고, 최종 행선지가 정해질 때까지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받을 소식이다. 투수와 타자를 겸업해 일본프로야구(NPB)를 평정한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을 하자,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시카고 컵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 빅마켓 구단들이 애타게 구애를 하고 있다. 오타니를 데리고 올 수만 있다면 거액 계약을 얼마든지 안겨주겠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오타니가 30개 구단에 '나를 데리고가서 어떻게 쓸 것인지 말해달라'는 6개 질문을 숙제로 냈는데, 각 구단들이 프레젠테이션에 열성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만큼 현재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시장 전체에 굉장한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오타니 뿐만 아니라 일본의 다르빗슈 유, 다나카 마사히로 등 꾸준히 간판 스타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있다. NPB는 계속해서 대형 투수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중이다. 전통적으로 좋은 투수를 많이 배출하는 리그답게 현재 메이저리그에서도 맹활약하는 일본인 투수들이 많다.
반면 지난 3년 동안 뜨거운 열풍이 불었던 '코리안 빅리거'는 현재 멸종 위기다. 류현진이 역대 최초로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선수라는 1호 타이틀을 달았고, 이후 강정호가 야수 최초로 직행에 성공했다. 강정호의 진출 이후 급물살을 탔다. '홈런왕' 박병호와 리그 최고 교타자로 평가받던 김현수가 태평양을 건넜고, NPB에서 활약하던 오승환과 이대호도 메이저리그에 갔다. 2016시즌에는 한국인 선수들 6~7명이 동시에 빅리그를 뛰는 등 여기저기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조금 시들해졌다. 이대호가 KBO리그에 복귀했고, 박병호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 내내 머물렀다. 강정호는 한국에서 음주 사고를 일으켜 미국에 건너가지도 못했고, 오승환과 김현수도 지난해에 비해 활약이 약했다. 불리한 계약으로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던 황재균도 데뷔 타석 홈런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후 마이너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결국 다시 KBO리그 복귀를 선언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팬들의 관심도 식은 것이 사실이다.
황재균에 이어 박병호도 메이저리그 도전을 접고 친정팀 넥센 히어로즈로 돌아왔다. 김현수는 아직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지만 복귀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인다. FA(자유계약선수)인 오승환은 잔류에 무게를 둔 가운데, 현재 상황이라면 오승환을 비롯해 추신수 류현진 최지만 정도만 빅리그에서 얼굴을 볼 수 있는 한국인 선수다. 비자 발급 문제로 발이 묶인 강정호는 언제 소속팀에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고,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당장 경기 감각을 회복하기는 쉽지가 않다.
아쉬운 것은 당분간 새로 진출을 선언할만 한 선수도 보이지 않는다. 올해 FA 자격을 얻은 선수 가운데 손아섭, 민병헌 정도가 도전을 해볼 수도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롯데와 계약을 마쳤다. KBO리그 FA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이제 '급' 있는 선수들에게 100억원 계약은 결코 따내기 어렵지 않다. 도전 자체에 가치를 두지 않는다면, 굳이 미국에 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해외 진출이 절대적인 성공의 기준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이견 없는 최고의 프로야구 리그다.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무대인만큼, KBO리그 스타들이 화려한 무대에서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싶은 것이 팬들의 당연한 욕심이다. 아쉽지만 당분간 2016시즌만큼의 동시 다발적 활약상을 지켜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