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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일단 보류' 라틀리프는 오직 2월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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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입장을 밝히기도, 계획을 세우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하지만 리카르도 라틀리프(삼성)는 내년 2월만 바라보고 있다.

라틀리프가 특별 귀화에 대한 의사를 처음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지난 1월 1일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 여권을 가지고 싶다"는 발언으로 처음 속내를 드러냈고, 이후 대한민국농구협회(KBA)의 주도로 라틀리프의 귀화 논의가 공식적으로 이뤄졌다. 그후 1년이 지났다. 우여곡절이 많았고, 지지부진한 진행 상황 때문에 귀화가 사실상 무산된 것처럼 보인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라틀리프가 소속팀 서울 삼성 썬더스와 재계약을 무사히 마치면서, 표류 상태였던 귀화 절차도 급물살을 탔다. KBA가 지난 9월부터 절차를 밟아나갔고, 대한체육회의 승인까지 얻었다.

남은 과정은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의 최종 승인. 특별 귀화의 경우 해당 선수의 과거 기여도와 향후 관계 등 여러가지 등을 고려해 결정이 내려진다. 사실 체육계에서는 특별 귀화가 아주 낯선 것만은 아니다. 문태종-문태영 형제만 해도 특별 귀화로 태극 마크를 달았었다. 물론 문 씨 형제는 한국 혼혈이라는 점이 조금 유리하게 작용했다. 라틀리프의 경우, 농구에서는 사상 최초로 비 한국계 선수가 대표팀에 승선하는 셈이 된다.

사실 제대로 절차를 밟기도 전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2015년 농구판 전체를 흔들어놓은 '첼시 리 스캔들' 때문이었다. 법무부가 특별 귀화 신청시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자, 라틀리프의 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법무부 최종 승인을 앞두고 날벼락이 떨어졌다. 라틀리프의 귀화를 저지하려는 서류가 법무부에 접수되면서 일단 '올 스톱' 된 상황이다. 법무부가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금전 문제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돈다. 첼시 리 악몽 때문에 가뜩이나 조심스러워하는 입장이라 정확히 상황을 파악한 후 다시 귀화 승인 절차를 진행할지, 불허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달 내에 결정이 나기는 어렵고, 빠르면 해를 넘겨 1월 내에 마무리될 수 있다.

정작 당사자는 어떤 이야기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라틀리프도 현 소속팀 관계자들이나 에이전트를 통해 대략적인 틀은 알고 있지만, 직접 나서서 왈가왈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귀화가 최종 결론이 나야한다. 3일 홈 DB전이 끝난 후 만난 라틀리프는 "(귀화 관련해서)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특별 귀화가 잠정 보류됐지만, 그래도 준비를 안할 수는 없다. 허 재 감독을 비롯한 농구 대표팀은 라틀리프가 내년 2월말에 열리는 농구월드컵 예선에 합류할 수 있길 고대하고 있다. KBL 스타일이 최적화되어 있고, 한국 선수들과의 호흡도 다년간 맞춰온 터라 라틀리프가 대표팀에 합류하기만 하면 단번에 전력 급상승을 할 수 있다.

때문에 라틀리프도 지난달 대표팀이 치른 뉴질랜드, 중국과의 예선전을 티비 중계로 지켜봤다. 라틀리프는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다면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생각을 많이 했다.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에 있었던 시절이나, 지금 삼성에서 하고 있는 역할들과 비슷하게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공격이나 수비 모두 더 강하게 들어가고, 리바운드도 최대한 많이 잡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또 어린 선수들에게 장신 선수들을 막는 방법이나 리바운드 팁에 대해 알려주려고 한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선수의 의욕은 충만하다. 그러나 이 문제가 어떤 결론을 맺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다. 라틀리프는 계획대로 내년 2월 태극마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게 될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