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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호의 퍼펙트게임]KBO총재 오기전부터 분주한 총장 워너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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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준비하면 좋을 때가 많지만 어디까지나 순리 범위 안 이야기다. 순서를 거스르면 일이 틀어진다.

야구판이 시끄럽다. 새 총재를 어렵사리 추대했는데 벌써부터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여러가지 말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총장 워너비'들의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달 29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70)를 신임 총재로 추대했다.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구본능 총재 후임이다. 예전부터 향후 총재는 10개 구단 모기업의 책임있는 인사가 돌아가면서 맡기로 암묵적 합의를 했지만 전부 고사했다.

정 전 총리는 삼고초려 끝에 모신 야구를 사랑하는 명망가다. 문제는 총재 인선이 마무리 되기도 전에 사무총장 후보가 난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무총장은 총재를 보좌해 KBO리그 내 여러 현안들을 해결하고, 조정하는 실무 책임자다. 총재와 손발을 맞춰 나가야 하는 인물이기에 인선에 있어 총재의 의중이 중요하다. 역대로 야구인 출신도 있었고, KBO 사무국 출신의 행정 전문가도 있었다.

KBO리그는 지난해 정규리그 기준으로 830만을 돌파하고, 올해는 84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관중이 늘고 리그가 커지면서 야구판도 팽창중이다. 관련 매출이 증가하면서 사무총장의 위상도 높아졌다. 양해영 현 사무총장은 3년 임기를 한 차례 연임했다. 6년 전과 지금의 사무총장은 존재감에서 큰 차이가 난다.

총재 인준 절차는 이번주 중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에 구단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서면을 통해 총회 멤버들에게 찬반 의중을 묻고 있다. 서면 동의서가 발송됐고, 몇몇 구단주는 응답을 해 왔다. 총회 인준이 완료되면 새 총재로서 첫발을 내디딘다. 내년 1월 1일부터 직무수행에 들어간다.

구 총재가 정 전 총리와 처음 접촉한 것은 불과 한달여전이다. 그런데 수개월전부터 차기 사무총장 후보들이 야구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정치권의 지원을 받는다고 알려진 인사, 현역 구단 고위 관계자까지 거론된다. 전방위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로비 아닌 로비를 하는 인사도 있다고 한다.

인사를 앞두고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두고 감놔라, 배놔라 할순 없지만 이같은 행동들이 새로 올 총재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된다. 사무총장은 총재와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KBO리그 장기비전을 마련하는 요직이다. 총재가 향후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있어 꼭 필요한 사람을 지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 마구 흔들어대 선택지를 좁히면 안된다. 총재-사무총장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격변기를 틈타 자리를 선점하는 것 또한 아름답게 보이진 않는다.

사무총장은 리더십이 필요하고, 조직 장악력, 실무 능력, 마케팅 능력, 소통 능력 등이 필요하다. 갈수록 중요성이 부각되는 리그 핵심 인물이다. 억대 연봉 대우에 걸맞은 능력과 열정이 필요한 자리다. 내부 승진, 외부 인사 영입, 외부 공모 등 선임 방법을 놓고 설왕설래는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은 신임 총재의 비전과 나아갈 바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스포츠 1팀 기자·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