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달라졌다. 더스틴 니퍼트는 다음 시즌 어느팀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을까.
두산 베어스는 지난 10일 새 외국인 투수 세스 프랭코프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마이너리그 경력이 풍부한 프랭코프는 다양한 변화구를 갖춘 땅볼 유도형 투수로 두산의 새 식구가 됐다.
스위치 타자 지미 파레디스에 이어 프랭코프까지 영입한 두산은 이제 외국인 선수 3자리 중 1자리만 남겨뒀다.
당초 유력한 후보는 니퍼트였다. 니퍼트는 지난 2011년부터 두산에서 무려 7시즌을 뛰었다. 역대 최장수 외국인 선수다. 한 시즌을 마치기도 버거운 외국인 선수들의 가혹한 운명을 감안하면, 니퍼트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했다. 니퍼트도 "두산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공식 석상에서 밝힐 정도로 깊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니퍼트가 두산과 재계약을 할 확률은 낮다. 두산이 지난달 보류 선수 명단에서 니퍼트를 제외하면서 이상 기류가 외부에 알려졌다. 두산은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해도 니퍼트와 계속해서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조쉬 린드블럼의 등장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린드블럼이 롯데 자이언츠와의 재계약 대신 시장에 나왔고, 몇몇 구단이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
지금 린드블럼 영입과 가장 가까운 구단은 두산이다. 니퍼트와의 재계약 가능성이 낮은 이유는 몸값 때문이다. 니퍼트의 올 시즌 연봉은 210만달러(약 23억원)다. 지난 겨울에도 연봉 협상을 두고 진통이 있기는 했지만, 무려 22승을 거둔 니퍼트에게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 연봉 타이틀을 안긴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1년 사이 니퍼트의 입지는 달라졌다. 올 시즌 그의 성적은 14승8패 평균자책점 4.06. 숫자만 놓고 보면 결코 뒤처지는 결과가 아니지만, 타자를 압도하는 위력이 이전과 비교해 떨어진 것은 냉정하지만 사실이다. 니퍼트는 1981년생으로 내년이면 37세가 된다. 야구선수로서의 수명에 있어 황혼기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락세가 눈에 보이고, 나이 때문에 모든 것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미 높은 그의 몸값은 부담이다.
물론 니퍼트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그동안의 '정'을 무시할 수는 없다. 두산이 섣불리 니퍼트와의 결별을 확정, 발표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몸값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린드블럼이 더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두산과의 결별이 확정되면, 니퍼트가 다른 팀으로 이적할 확률은 현재까지 높지 않아 보인다. 다수 구단이 외국인 선수 영입을 모두 마쳤거나, 유력 후보와 최종 협상 중인 상황이다. 선택지 자체가 많지 않다. 또 두산과 비슷한 이유로 영입을 망설일 확률이 크다.
니퍼트는 KBO리그 잔류를 희망하며 에이전트를 통해 타팀 동향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니퍼트에게는 결코 유리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또 어떤 반전이 일어날 수 있을까. 우리는 니퍼트를 다음 시즌에도 한국에서 볼 수 있을까.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