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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 분석]승리에 맞춘 초점, 이겼지만 웃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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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축구를 구사했고, 결국 승리를 얻었다. 하지만 마냥 칭찬할 순 없는 결과다.

북한은 예상대로 밀집수비로 나왔다. 요른 안데르센 북한 대표팀 감독은 일본전에 선발로 나섰던 11명의 선수를 그대로 기용했다. 4-1-4-1 포메이션 역시 변화가 없었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이 내놓은 해법은 '공간파괴'다. 발이 빠르고 돌파에 능한 진성욱(제주)을 원톱 자리에 세웠다. 이재성(전북 현대)이 오른쪽 측면에 서고 왼쪽에는 그동안 윙백으로 기용됐던 김민우(수원 삼성)가 오랜만에 공격에 나섰다. 정우영(충칭 리판이) 수비, 이창민(제주)이 공격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중원 조합도 들고 나왔다. 수비라인은 지난 10월 A매치 2연전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변형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좌우 윙백 자리에 김진수(전북 현대) 고요한(FC서울)을 포함시켰다. 3명의 센터백 자리엔 권경원(톈진 취안젠) 장현수(FC도쿄)에 발빠른 정승현(사간도스)을 포함시켰다. 중국전에서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지켰던 골문은 조현우(대구)가 섰다.

신 감독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전까지 팀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구상이었다. 중국전 무승부로 침체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북한전은 내용보다 결과에 치중하는 포석을 들고 나왔다. 전체적인 경기 운영은 공격에 맞춰졌다.

전-후반의 공격엔 차이가 있었다. 전반전의 밀집수비 해법은 통하지 않았다. 공격적인 빌드업과 2대1 패스를 통한 공간 파괴를 강조해왔으나 북한의 협력수비에 번번히 막히며 볼 주도권을 넘겨줬다. 5차례의 세트피스 기회 역시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해내지 못했다. '목적'이 불분명한 패스가 이어졌다. 울산 소집훈련 때부터 세트피스를 준비했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개인기량에 맞춰져 있었다. 조직적인부분을 보여주지 못한게 아쉽다. 폭넓은 활동량으로 공간을 분주히 찾은 이재성 진성욱 이창민이 그나마 돋보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전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패스 줄기를 차단했고, 이는 결국 후반 19분 김민우의 크로스에 이은 상대 자책골로 이어진 부분은 그나마 평가할 만하다. 후반 20분 교체로 들어온 김신욱의 포스트플레이와 이명주의 2대1 패스 능력은 돋보였으나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 보기 어려웠다.

2개월 만에 들고 나온 변형 스리백은 절반의 성공 정도로 볼 만하다. 북한이 간간이 시도하는 역습을 센터백의 역할 배분으로 잘 막아내는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역습의 위력이 떨어지는데다 기회조차 몇 차례 이어지지 않은 부분을 생각해보면 '무난한' 활약 정도로 평가할 만하다. 좌우 윙백은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기회를 만들어내긴 했으나 공격적인 부분에 치중하다보니 협력수비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게 아쉽다. 11월 A매치 세르비아전 이후 두 번째로 골문 앞에 선 조현우는 안정적인 활약으로 무실점에 기여한 부분이 눈에 띌 만했다.

이제 운명의 한-일전 만이 남았다. 신태용호가 러시아로 향하는 길에 짙게 낀 안개를 걷어내야 한다.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