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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보단 의리' 김종부 감독, 경남 재계약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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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FC가 최우선이다."

김종부 감독은 지난 11일 경남FC와 계약을 연장했다. 김 감독과 경남FC의 기존 계약은 올해까지였다.

감독과 구단이 함께 할 의지가 있다면 통상 만료 1~2개월 전에 연장안에 사인을 한다. 더욱이 김 감독은 경남FC에 창단 최초 우승 트로피와 클래식 승격을 선사한 지도자. 여기에 말컹이라는 보물을 캐냈다. 재계약을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었지만, 미루고 미뤄 11일 사인했다. 김 감독의 재계약 조건에 대한 그 어떤 내용도 알려지지 않았다. 연봉은 공개되지 않는다. 여기까진 통상적이다. 하지만 계약기간도 밝혀지지 않았다. 일반적이지 않다.

계약기간을 추정해볼 순 있었다. 2년 정도다. 챌린지(2부 리그) 우승과 승격을 선사한 예우로 적당한 기간이다. 또, 시도민구단인 경남FC의 담당부서인 경남도청(이하 경남도) 체육지원과 주무관의 말도 있었다. 주무관은 김 감독과 재계약을 하기 전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경남은 지금까지 2~3년 정도 계약을 해왔다. 이번에도 그 정도가 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계약기간은 주무관의 말과는 달랐다. 기본 1년에 1년 연장 옵션이었다. 옵션의 효력은 내년 클래식 잔류에 성공했을 때 김 감독의 선택에 따라 발생한다. 축구판에선 소위 '1+1년'이라 부르는 계약이다. 계약 전 이야기와 실제 계약 기간이 다른 점에 대해서 담당 주무관은 "구단 대표이사의 임기와 헷갈렸다"고 답했다. 어차피 주무관의 말은 추측이었을 뿐인데다 그마저도 착각이었다.

중요한 건 실제 계약 내용이다. 김 감독의 재계약이 늦게 체결된 이유, 계약기간이 밝혀 지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 그럼 이제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 보자. 당초 경남FC는 김 감독의 요구조건을 충실히 담은 2년 연장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경남도가 망설였다. 타 시도민구단에 비해 과한 조건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나온 게 김 감독 1년 재계약이었다. 1+1년도 아닌 그냥 1년이었다. 연봉 인상률도 낮췄다. 역시 타 시도민구단의 조건과 어느 정도 맞춰야 한다는 게 경남도의 입장이었다. 대신 조건을 붙였다. 일정 승리수 이상을 쌓으면 추가 수당을 지급, 김 감독의 희망 연봉보다 조금 더 많은 액수를 주겠다는 것.

일정 승리수 확보로 인한 추가 수당은 그나마 이해한다고 쳐도 1년이란 기간은 지나치게 짧았다. 여기에서 이견이 생겼다. 재계약 사인이 늦어진 이유다. 이 상황에서 김 감독은 타 구단의 거액 러브콜을 받았다. 해당 구단은 김 감독의 2017년 연봉의 4배에 달하는 액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액의 유혹, 믿었던 경남도의 망설임에도 결국 김 감독은 숙고 끝에 경남FC와의 재계약을 택했다. 협상은 계약기간 1년을 1+1년으로 바꾸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김 감독이 많이 양보한 계약이다. 2년 계약을 지켜주지 못해 경남FC도 마음이 무거울 수 밖에 없는 부분. 계약 기간을 공개하지 못했던 이유다.

마음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김 감독은 중심을 잡았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경남FC만 봤다. 애정과 의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선택이었다. 재계약 후 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해주셨다. 걱정을 끼쳐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다. 하지만 다른 생각은 없다. 나를 믿는 선수, 나를 지원해주는 프런트가 경남FC에 있다. 나에겐 경남FC가 최우선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