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가 위기라는 말은 어제, 오늘 갑자기 나온 얘기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여자 농구에 대한 위기설은 있었지만 개선된 점 없이 계속 흘러 이젠 발등의 불이 됐다. 올림픽 4강에 올랐던 찬란했던 여자농구의 전성기는 없다. 이제 올림픽에도 나가지 못하고, 한수 아래라 여겼던 일본에도 밀린다. 미래인 어린 새싹들도 얼마 보이지 않는 농구 저변이 줄어드는 현실에 직면해있다. 스포츠조선은 지난 9월 25일 한국농구발전포럼을 통해 여자농구의 저변확대에 대한 토론을 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여자농구의 저변확대를 위한 시리즈를 준비했다. 초·중·고, 대학, 프로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맞는 해결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프로도 걱정인 마당에, 대학이라고 나을 게 없다. 최근 창단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부산대 농구부 때문에 밝은 면도 보이지만, 오랜 시간 여자대학농구를 이끌었던 용인대는 해체 위기에 있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여자대학농구를 살릴 방안은 없는 것일까.
▶9개팀, 한 순간 다 무너질 수 있다.
현재 여자대학농구팀을 운영하는 학교는 총 9개다. 그 중 용인대가 이미 해체 통보를 받았다. 2016년 선발한 특기자들이 졸업하면 운영을 그만두겠다는 게 학교 입장이다. 그래서 기존 선수들이 최소한의 훈련과 대회 참가를 할 수 있도록 2년 간 특기자가 아닌 일반 신분 학생들을 뽑아 농구부에 충원했다.(이 선수들은 자신의 신분에 대해 명확한 고지를 받았다) 이후 상황 변화는 없다. 김성은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은 묵묵히 훈련하고 공부할 뿐이다. 김 감독은 "열심히 하는 선수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여자농구 강팀인 용인대가 무너진다면, 기반이 약한 다른 팀들도 우후죽순 쓰러질 가능성이 높다. 여러 팀들이 현재 해체 위기다. 결국 돈 문제로 연결된다. 학교에선 투자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홍보나, 학생 유치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도적 변화도 필요하다.
결국 좋은 선수가 입학해야 팀에 활력이 돈다. 그런데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머릿수를 겨우 채우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고교 선수가 없다고 탓할 문제 만도 아니다. 일단 프로에서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선수를 싹 쓸어간다. 최근 프로구단들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졸 위주로 선수를 선발한다.
그건 좋다. 하지만 그 선수들이 과연 몇명이나 1군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2015년 드래프트 고졸 선발자 9명 중 3명이 벌써 농구를 그만뒀다. 지난해와 올해 드래프트 통과자들은 아직 선수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 중 팬들이 이름을 알 만한 선수는 거의 없다. 박지수(청주 KB스타즈) 빼고 주전은 없고, 그나마 식스맨으로 김형경(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 안혜지, 진 안(이상 구리 KDB생명 위너스) 정도가 출전 시간을 보장받는다.
프로이기 때문에 실력이 안 되면 못 뛰는 게 당연한데, 여자농구는 그 간극이 더욱 심하다. 수년 째 우리는 똑같은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고 있다. 그렇다고 젊은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시키지도 않는다. 그렇게 2~3년 허송세월을 하다 그만두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차라리 남자농구처럼 이 선수들이 대학을 거쳐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일부 특출난 선수 일부는 얼리 드래프트 참가를 하겠지만, 대학을 프로에 못가는 선수들이 가는 곳이 아닌 꼭 거쳐야 할 필수 관문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학 출신 선수들이 프로에 많이 진출해, 발전 기금이 학교쪽으로 온다면 학교도 농구부 운영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부산대 성공이 시사하는 바는.
부산대 여자농구부는 2015년 창단한 막내다. 올해 종별선수권 첫 우승의 기염을 토했다.
결국 좋은 선수를 뽑고, 많은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산대는 명문 국립대학으로 소위 말해 입학 '프리미엄'이 있다. 농구를 하다가 다른쪽 직업을 꿈꾼다 해도 말리지 않는다. 많은 선수들이 교원 자격증을 따 교사가 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한다. 물론, 실력이 출중한 선수는 프로 무대 진출을 노크한다.
부산대 이준호 감독은 "예전처럼 운동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가운데, 조금 더 환경이 좋은 우리학교는 그나마 선수 수급에 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다른 학교들은 선수 구성도 힘들다고 한다. 특기자 장학금을 전액 못주는 학교도 있다. 학교, 그리고 농구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교별 수준 차이를 직접적으로 논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남자대학농구처럼 재정에 여유가 있고 이름값이 있는 학교들이 여자농구부를 만든다면 많은 선수와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그리고 사정이 힘든 학교에 조금 더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주면 많은 팀이 공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스포츠조선 주최 포럼에서 임근배 감독(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이 외국인 선수 제도를 폐지하고, 선수 뽑을 돈으로 대학농구에 투자하자는 의견을 내셨는데 적극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