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세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마지막 남았던 현영민(38)마저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현영민을 끝으로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들 모두 현역에서 물러났다. 여전히 신화는 머릿속에 생생하지만, 세월의 물줄기는 거를 수 없었다.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던 '그들'도, 현역이란 수식어를 떼면서 팬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과연 은퇴한 '2002 영웅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역시 대세는 지도자다. K리그에선 황선홍(49·서울) 유상철(46·울산)이 감독으로 현장을 누비고 있다. 윤정환(44)은 J리그 세레소 오사카를 이끌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코치도 다수다. 수원에 세명이나 자리잡고 있다. 이운재(44) 최성용(42) 김태영(46)이 서정원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차두리(37) 김남일(40)은 대표팀 코치로 활동 중이고, 이을용(42) 최은성(46)은 각각 서울과 전북의 코치로 활약 중이다.
아마추어 지도자도 있다. 설기현(38)은 성균관대를 이끌고 있다. 최태욱(36)은 이랜드 U-15팀을 지도 중이다. 지금은 야인이지만 서울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최용수(46)는 국내외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포항에서 감독 생활을 한 최진철(46), 창춘 야타이에서 코치를 했던 이민성(44)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다양하게 활동 중이다. 행정가는 또 다른 흐름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동메달을 선물한 '주장' 홍명보(48)는 지도자 생활을 마치고, 원래 꿈이었던 행정가로 돌아왔다. 올해 대한축구협회의 전무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은퇴 후 행정가 수업을 밟던 한-일 월드컵이 낳은 최고의 스타 박지성(36)도 행정가로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지난 11월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에 선임돼 한국축구의 미래를 설계한다.
.'축구 방송계'도 평정했다. 안정환(41) 이영표(40) 송종국(38) 이천수(36) 김병지(47)는 선수 시절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지상파와 케이블을 오가며 해설가로 활동중이다. 특히 안정환과 이천수는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방송계 '블루칩'으로 대접받고 있다.
현영민을 마지막으로 4강 신화들이 모두 그라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영웅은 갔지만 그들이 걸었던 길 위에 찬란한 향기가 아쉬움과 함께 남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