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사표 후 잠적한 '승격공신', 경남에 무슨 일이?

by

경남FC '승격공신'이 꿈에 그리던 클래식 무대를 밟기도 전, 팀을 떠난다.

지난 시즌 '승격 반전극'을 썼던 경남FC. 팀을 지탱했던 두 축은 김종부 감독과 조기호 대표였다. '폐허'였던 경남FC에서 만난 두 사람. 끈끈한 신뢰를 바탕으로 경남FC를 재건해 승격까지 일궜다. 하지만 2018년 K리그 클래식 준비에 한창 열 올려야 할 '승격공신' 조 대표가 18일 사표를 던진 뒤 돌연 잠적했다.

도대체 경남FC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클래식 승격을 확정지었던 지난해 10월 이후 경남FC는 경남도청(이하 경남도), 보다 구체적으로는 구단주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의 압박에 시달려왔다. 시작은 지난해 11월부터였다. 승격 확정 후 한창 시끌벅적해야 할 구단이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향후 구단 운영에 대한 어떤 질문을 해도 속 시원하게 답해주지 않았다. 당시 김종부 감독 재계약 만료가 임박해 관련 질문을 했지만,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경남도에 물어봐도 돌아오는 답은 "구단에 문의하라"는 말 뿐이었다.

취재 끝에 알려진 사실. 경남도는 김 감독의 희망 연봉액이 높다는 이유로 반려를 해왔고, 계약기간 역시 1년으로 '승격 장군'에 걸맞지 않는 조건을 제시했던 것. 김 감독 재계약 지연건에 대한 본지 보도<스포츠조선 2017년 12월 7일 보도>가 나오고 주말 포함 4일 뒤에야 재계약을 했다. 1년에서 1+1년으로 연장 옵션을 추가한 정도로 마무리됐다.

김 감독 재계약 지연건과 동시에 '축구인 A씨 내정설'도 들려왔다. 이 A씨는 한 대행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인사. 스카우트 부장, 사무국장 등 다양한 직위와 연결돼 있었다. A씨 역시 경남FC 사무국을 찾는 등 적극 행보를 보였다. A씨는 스포츠조선을 통해 경남FC 합류 가능성을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구단주인 한 대행이 직접 이야기했다. 18일 경남도 기자간담회에서 한 대행은 '낙하산 인사 의혹'에 대해 "(조기호 대표에게)그 분의 경험을 경남FC에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검토해보라고 한 적이 있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며 "해당 인물 본인에게는 얘기하지 않은 사안이었다"고 했다. 다시 말해 당사자 A씨와 일절 상의도 없이 순전 한 대행의 판단으로 조 대표에게 A씨의 경험을 활용해보라고 했다는 얘기다. A씨는 프로 감독 출신으로 경남FC도 이끈 적 있는 지도자다. 그렇다면 경남도가 왜 김 감독에게 1년 제안을 했는지에 대한 퍼즐이 얼추 맞춰진다. 경남도 사정에 밝은 복수의 관계자는 "결국 클래식에서 경남FC 성적이 저조하면 김 감독을 내치고 A씨를 앉히겠다는 밑그림"이라고 했다. A씨는 본지에 "경남FC에 가는 건 생각해본 적도 없다. 나는 유소년 클럽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자신의 축구 인생을 걸고 맹세했다. 만약 조 대표가 한 대행의 제안에 곧바로 수긍했다면, 한 대행은 A씨에게 "유소년 클럽 차리지 말라. 내가 말해뒀으니 경남FC로 가시라"고 했을까? 한 대행 본인의 말에 따르면 이런 그림이 나온다.

김 감독 재계약과 그 속에 숨은 A씨 내정설의 낌새를 느낀 몇몇 언론에서 이를 기사화하자 한 대행의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2017년 12월 중앙정부 방침에 따른 출자출연 전기관 채용비리 관련 경남FC 감사를 했다. 그리고 지난 12일부터 재차 경남FC 감사를 시작했다. 회계감사라고 하는데 감사의 발단이 흥미롭다. 한 대행은 기자간담회서 "500만원이 없어 전지훈련 격려를 못 간다는 (조 대표의)말에 구단주 입장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회계감사의 배경을 밝혔다.

지난해 70억원에서 올해 90억원으로 예산을 증액했는데 500만원이 없어 격려 못 간다는 말을 들었으니 구단주 입장에서 의아할 만은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회계감사를 할 게 아니라 자초지종부터 듣는 게 일반적인 반응. 실제 당시 취재 결과 조 대표 말의 의미는 '자신이 갔을 때 선수단이 부담을 느낄 것에 대한 우려, 또 전지훈련에 대표가 오가며 돈을 쓰기 보단 다른 곳에 쓰는 게 적절하다 생각해서'에 가까웠다. 500만원은 그 과정에서 나온 '너스레' 정도 였다. 그러나 한 대행에겐 조 대표의 진의는 중요치 않았다. 한 대행은 18일 오전 면담 요청하러 온 조 대표를 모욕적인 방식으로 문전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을 겪은 직후 조 대표는 사표를 꺼냈다.

그야말로 불통이다. 2개월 간 경남도 체육지원과는 "권한대행의 뜻이다" "구단에 물어보라"는 말만 반복했다. 목줄 잡힌 구단은 불똥이 튈까 말이 없었다. 권한대행 비서실에 문의했더니 서면질의도 어렵고 관련 사안은 체육지원과에서 답해주는 게 맞다며 답변을 피했다. 문화체육국장실은 연락 취할 때마다 회의중이었다. 연락처와 소속을 직원에게 남겨도 돌아오는 연락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행은 "왜곡보도에 대해 대표가 정확한 사실을 밝혀야 함에도 전혀 해명하지 않았다. 대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구단만 입막음하면 모든 게 감춰질 것이라 여겼던 모양이다.

결국 '승격공신' 조 대표는 사표를 꺼내 들었다. 한 대행은 "(조 대표 사표수리에 대해)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 당초 조 대표를 경질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