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힘들 정도로 달라졌다."
kt 위즈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콤플렉스. 뜨거운 태양 아래 선수들이 훈련하며 파이팅을 외치는데, 그 중 유독 튀는 목소리가 있다.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인데,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목이 쉬어 훈련 못하는 거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동료들을 위해 목청을 높였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장성우다. 매사 열심이다. 진지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할 줄 안다. 분위기가 처지면 유머 섞인 파이팅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훈련에 집중해야 할 때면 묵묵히 한 발 더 뛴다. 야구장 밖에서는 중간 고참 역할까지 한다. 막내팀으로 어린 선수가 많은데, 야수-투수를 넘나드는 장성우가 모든 생활의 중심을 잡고 있다. 주장 박경수가 일일이 다 챙길 수 없는 부분, 장성우가 악역을 맡아 후배들과 소통한다. kt 관계자는 "후배 선수들이 장성우 얘기 한마디면 꺼뻑 죽는다"며 웃었다. 많은 베테랑들이 있지만, 장성우가 앞에 나서는 데 불만을 갖는 선배는 없다. 그만큼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다. 향후 주장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장성우는 지난 3년 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SNS 파문. 이 문제에 대해 장성우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본인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 개인 대화가 유출됐다 하더라도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했다는 자체가 잘못이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큰 상처가 나게 했다. 이는 죽을 때까지 장성우가 당사자들에게 사과하고, 빌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로 인해 장성우도 많이 위축이 됐다. 늘 숨어 지내려 애썼고, 야구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리까지 많이 아팠다. 지난해 어렵게 기회를 받았지만, 제대로 야구를 할 수 없었던 이유다.
그런 장성우가 독하게 마음을 먹은 듯 보인다. 늘 인터뷰도 거절해왔는데, 이번 캠프 출발 전에는 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나름대로 용기를 낸 것이다. 인터뷰로 끝이 아니었다. 훈련장에서 달라진 장성우의 모습에 코칭스태프, 동료들이 놀라는 눈치다. 장성우는 롯데 자이언츠 시절부터 재능을 믿고, 경기장 안팎에서 진지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던 철부지같은 선수였다. 그래서 동료들, 팬들의 신뢰를 더 잃었을 지 모른다. 그랬던 장성우가 180도 다르게 변신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충 분위기를 보고, 달라지겠다는 액션 정도만을 취했다면 산전수전 다 겪은 야구 선배들이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 동료들이 장성우에게 마음을 연 것은, 그의 태도에 진심이 느껴져서다. 김진욱 감독은 "성우가 정말 많이 달라졌다. 어떻게든 해보려는 그 자세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고 격려했다.
장성우는 "선배님들께서 나에게 중간 역할을 많이 주문해주신다. 책임감이 생긴다.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나 때문은 아니겠지만,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박세진은 밤마다 내 방에 찾아오고, 방에 안오면 투구 영상을 찍어 보내준다. 나도 성심성의껏 얘기를 해준다. 우리 뿐 아니다. 사이드암 신인 신병률은 고영표 그림자다. 밥 먹는 것도 배우겠다고 따라다닌다. 이렇게 선-후배들이 소통할 수 있는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설명했다.
팀 내 위치도 중요하지만 가족도 소중하다. 장성우는 지난해 말 조용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가족을 생각하면, 포기하고 싶다가도 다시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장성우는 "다른 무슨 말이 필요 있겠나. 이제 야구 정말 잘하고 싶다. 그리고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장성우에 대해 "중심타선이 좋아졌다. 6~7번 타순에서 장성우가 20홈런-70타점만 해주면 우리는 정말 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장성우는 "20홈런을 친다면 80타점은 채워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게 화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장성우에 대한 미운 감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장성우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못했다. 사과를 하기 싫어 숨는 게 아니다. 사과를 하고 싶어도, 사과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자신의 얘기만 나오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니 움츠러드는 게 반복되고 있다.
위에서 얘기했지만, 무작정 잘못을 덮어주자는 게 아니다. 큰 잘못은 했지만, 딱 한 번 그가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 사치일까. 만약, 한 번이라도 비슷한 잘못이 반복된다면 그 때 철퇴를 내리면 된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성실한 모습을 보이는 게 가장 우선이다. 야구장에서 먼저 인정을 받아야, 장성우도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진정 사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을 것 같다. 어떻게든 달라지려 애쓰는 그의 진심에 대한 마지막 기회 말이다.
스포츠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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