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파레디스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두산 베어스의 새 외국인 타자 파레디스는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매일이 테스트의 연속이다. 두산은 좌우 타석 모두 소화가 가능한 '스위치 타자'인 파레디스를 '멀티 플레이어'로 기용하기 위해 영입했다. 연봉은 80만달러(약 8억원)로 처음 KBO리그에 입성한 외국인 선수치고 적지 않은 금액이다. 내야수 출신이지만 메이저리그,일본프로야구에서 외야수로도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사실상 내외야 거의 모든 포지션을 다 소화할 수 있다.
현재 호주 시드니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도 파레디스의 다양한 능력을 검증하는 중이다. 지난 16일 청백전과 18일 호주 올스타팀과의 연습 경기에서 우익수로 출전한 파레디스는 20일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는 2루수로 나선다. 상위 타순을 치면서 다양한 쓰임새에 맞춰 기용되고 있다.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1m91로 장신인만큼 내야보다는 외야 기용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현재 두산 외야에서 공백이 있는 자리는 우익수 뿐이다. 좌익수 김재환, 중견수 박건우가 현재 붙박이다. 결국 파레디스가 우익수를 보게 되면, FA(자유계약선수)로 4년 80억원 대형 계약을 맺으며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민병헌의 빈 자리를 채우게 된다.
민병헌은 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평가받는 선수다. 타격 능력도 출중하지만, 무엇보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수비가 안정적이다. 포지션도 한정적이지 않고, 중견과 코너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다.
만약 파레디스가 내야수가 아닌 외야수로 나서게 된다면, 민병헌이 해줬던 역할을 기대대로 수행해줘야 한다. 그래야 나머지 교통 정리도 원활해진다. 파레디스가 외야 한 자리를 완벽하게 채워주면, 김재환 최주환 오재일 등과 컨디션에 따라 돌아가며 지명타자를 로테이션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1,3루 포지션도 정리가 된다. 특히 3루는 외야 못지 않게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파레디스까지 포함해 허경민 최주환 류지혁까지 4파전이 될 가능성도 있지만, 파레디스가 외야로 빠져나가면 이야기가 또 다르다.
하지만 만약 기대치에 못미친다면 정리 자체가 복잡해진다. 또 야수 자원이 워낙 탄탄한 두산의 상황을 고려하면, 사용폭이 애매했던 닉 에반스처럼 될 수도 있다. 두산이 가장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다.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뛰었던 외국인 타자들은 다양한 재주를 가지고 있어도 결국 어떤 포지션에 정착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렸다. 파레디스는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와 시범 경기까지 거친 후에 최종 포지션이 결정된다. 모든 것이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