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프로야구 10경기를 치른 신인선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확실히 '천재'라는 수식어는 조금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KT 위즈 강백호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으면 어느 새 그런 생각이 슬며시 자취를 감추는 걸 깨닫게 된다. 아직 완성단계가 아니라 어설픈 모습도 있지만, 순간순간 나오는 그의 플레이에는 천재성과 스타성이 배어있다.
5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강백호가 또 다시 더그아웃에 있는 김진욱 감독의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었다. 주먹을 불끈 쥐고, 두 눈을 부릅뜬 건 김 감독 뿐만이 아니다. 이 장면을 지켜보는 관중마저도 감탄과 허탈함의 탄성을 내질렀다.
강백호가 질 뻔한 경기를 되살렸다.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이던 9회초. KT는 2-3으로 역전 당해 패배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넥센은 승리를 굳히기 위해 파이어볼러 마무리 조상우를 투입했다. 그런데 조상우가 선두타자 황재균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며 화근을 만들었다. 무사 1루에서 베테랑 유한준 타석. 하지만 김 감독은 원래 타석의 주인인 유한준 대신 강백호를 대타로 냈다.
우완 투수에 상대적으로 강한 왼손 대타 기용. 흔히 나오는 작전이지만, 유한준은 프로 1177경기째 치르는 12년차 베테랑이고 강백호는 이제 10경기를 소화한 신인이다. 아무리 유한준이 이날 3타수 무안타였다고 해도 구력의 무게가 다르다. 게다가 강백호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가벼운 허벅지 근육통 때문에 선발에서 빠져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무한 신뢰를 보냈다. 그리고 강백호는 천재성이 물씬 풍겨나는 타격으로 이에 보답했다. 초구와 2구는 150㎞대의 패스트볼 스트라이크. 순식간에 볼카운트가 0-2로 몰렸다. 그런데 조상우의 3구(148㎞ 패스트볼)와 4구(128㎞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 강백호는 마치 12년차 선수처럼 침착했다. 그리고 이어 들어온 5구째. 151㎞ 패스트볼이 몸쪽 아주 낮은 코스로 들어왔다. 원래 포수 주효상은 약간 바깥쪽 코스를 요구했는데, 반대 투구가 됐다. 하지만 워낙 낮은 코스라 헛스윙이 되거나 땅볼이 나올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강백호는 이걸 우중간을 가르는 동점 적시 2루타로 만들었다. 배트는 마치 진자 운동을 하듯 아래로 돌아나오며 타구와 만났다. 리드미컬한 어퍼 스윙으로 가볍게 받아친 타구는 외야의 빈 공간으로 향했다. 포수가 요구한 반대쪽으로 향한 151㎞ 공을 노려 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의 몸에 배어있는 천재성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강백호의 이 귀중한 동점 적시타 효과는 금세 사라졌다. 연장으로 간 승부에서 10회말 박병호가 끝내기 안타를 쳐 승리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고척돔=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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