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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만평] 묻혀 있던 우리 역사 활용해 '새로운 게임 IP'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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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 업계가 역사에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IP를 찾는 국내 게임 업계에 매력적인 콘텐츠 제공처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실제로 존재한 인물과 발생한 다양한 사건이 새로운 게임을 제작하는 데 영감을 줄 수 있어 관심받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게임 시장에는 '역사 게임'이 인기 있는 장르로 한 자리를 차지해 왔다.다. 1985년부터 시작된 일본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 1991년부터 발매된 미국 2K 게임즈 '시드 마이어의 문명(Sid Meier's Civilization, 이하 문명)' 시리즈, 1997년부터 출시된 앙상블 스튜디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Age of Empires)' 시리즈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인기를 얻어 왔다.

'역사 게임'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스웨덴 개발사 패러독스 인터렉티브는 중세 배경 '크루세이더 킹즈(Crusader Kings)', 근세 배경 '유로파 유니버셜리스(Eurpoa Universalis)', 근대 배경 '빅토리아(Victoria)', 제2차 세계 대전 배경 '허츠 오브 아이언(Hearts of Iron)' 등 특정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여럿 출시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프랑스 개발사 유비소프트는 '어쌔신 크리드(Assassin's Creed)' 시리즈에서 가상 집단인 '어쌔신'과 '템플러'가 대립하는 과정에서 실제 역사 속 인물과 도시, 지역을 등장시켰다. 높은 자유도와 화려한 액션, 방대한 오픈 월드를 통해 역사적인 내용을 액션 게임에 담아내며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10월 발매된 최신작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Assassin's Creed: Origins)'에 이르러서는 이집트를 배경으로 클레오파트라, 율리우스 카이사르 같은 역사 속 인물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풀었을 뿐만 아니라 알렉산드리아, 멤피스, 키레네 등 실존했던 도시를 사실적으로 구현하며 철저한 고증을 추가해 학계에서도 나쁘지 않은 평을 받았다.

특히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은 고증에 맞게 구현된 고대 이집트 여러 지역을 전투 없이 돌아다니는 교육 및 관광 목적 콘텐츠 '디스커버리 투어 모드'가 개발돼 초, 중,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에서도 수업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처럼 '역사 게임'은 역사 속 특정 사건에 개발자가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풀어가는가 하면, 일부 지역을 배경으로 실존했던 인물을 등장시켜 실제 역사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건을 끌어가거나 인류 역사 전체를 거대한 규모로 아우르며 게임 자체만으로 세계사를 배우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같은 '역사 게임'을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올해 3월 게임인재단과 민족문제연구소, 통일시대민족문화재단은 '게임을 통한 역사 대중화'를 위한 협약을 맺고 PC,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우리나라 역사 기반 '역사 게임' 개발을 지원하는 '게임인 역사 나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모바일 한국사 RPG '난세의 영웅'을 개발한 투캉프로젝트가 첫 번째 참여 개발사로 선정됐다. 공대생 3명이 타임머신을 개발해 선사시대부터 대한민국 건국까지 총 10편에 걸쳐 역사적 현실과 유물을 접하며 진행되는 '난세의 영웅'은 이를 통해 '난세의 영웅 리뉴얼(가칭)'로 다시 태어난다.

이후 넉 달이 지난 7월 23일, 게임인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경기콘텐츠진흥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후원으로 한국사 최태성 강사와 조이시티 김태곤 CTO,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을 초청해 '게임인 한국사 콘서트'를 개최했다.

현장에서 게임인재단 정석원 사무국장은 "그동안 역사를 활용한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이 사랑받았고, 이제는 게임이 그 차례다"라며 "한국사를 게임처럼 재미있게 알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PLAY 한국사'라는 표어를 생각해 냈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우리 역사를 배경으로 게임을 제작하면 뛰어난 IP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처음 무대에 오른 최태성 강사는 '한국사 대중화'를 주제로 역사, 문화 콘텐츠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라는 강연을 진행했다. 게임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므로, 역사 속 사실에 얼마든지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해 새로운 재미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김태곤 CTO는 '역사 게임의 역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를 통해 과거 개발했던 한국사 게임과 현재 개발 중인 게임을 소개하면서 시대가 흘러 바뀐 안목에 따라 '역사 게임' 개발 과정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역사 학계와 게임 업계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전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게임 업계와 역사 학계가 협력한 '게임인 한국사 콘서트'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한 전문가들이 의견을 맞춰보고, 게임과 역사 모두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역사 게임'은 재미있게 역사를 접할 수 있고, 이를 계기로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춰 교육적인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어 이미 세계 각국에서 성공한 사례가 절대 적지 않다"며 "새로운 IP에 목마른 우리 게임 업계도 묻혀 있던 역사를 발굴해 IP로 창출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