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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화학자 출신 화가 이관영의 '인생 2막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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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붓을 잡은 화학자 출신 화가의 독특한 미술 세계가 선보인다.

후기 청년으로 주목받은 작가 이관영의 첫 번째 전시회 '숲'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갤러리 구하(관장 박현숙)에서 오는 13일부터 9월 1일까지 열린다.

이관영 작가의 이력은 특이하다. 전업화가 출신이 아니다. 올해 59세인 그는 화학자로서 대기업 임원과 대학 교수로 살았던 인생 전반기를 마감하고 3년 전 프랑스로 건너가 그림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작가는 "삶의 2막에 붓을 쥐고 숲으로 들어가 나무를 만났다"고 말한다. 그의 숲에는 빨갛게, 파랗게 혹은 하얗게 채색된 나무들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나무들이 붉은 색으로 그려지더군요. 아마도 그동안 거쳐온 삶의 불꽃이 남아있었나 봅니다. 삶에 대한 애정과 열정, 추구하던 돈과 명예, 그리고 함께했던 희로애락 등 저도 이 작품들을 보면 슬며시 웃음이 나옵니다."



미국으로 유학가 화학을 전공하고 대기업(금호석유화학)에서 상무, 본부장 등을 역임한 그는 신제품개발 공로로 '장영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평소 직장 생활 틈틈이 전시장을 자주 찾기는 했어도 그림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인생을 계속 짜인대로 살고 싶지 않았다. 55세에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충남대)에서 강의를 하며 인생 2막을 준비했다.

화가인 친구의 권유로 잠시 망설이다 마침내 결단을 내려 어학원에서 프랑스어를 배우며 그림과 사진을 선택했다. 내친 김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파리의 젊은 친구들과 소셜클럽, 사진 동호회 등에서 어울리는 한편, 수채화를 거쳐 유화로 이어지면서 자신의 그림도 한 걸음씩 발전해갔다.



열정적인 빨간 나무 그리기 다음에는 새로운 생명이 충만함으로 자라나는 듯한 파란색이 지배적이다. 그러다 때때로 삶의 여백이 엿보이는 하얀 나무들도 등장한다. 이관영은 그토록 나무그리기에 매달린데 대해 "나무를 통해서 저를 보고자 했던가 봐요"라고 자평한다.

경제적 안정이 보장된 기존 생활을 과감하게 놓아버리고 전혀 다른 인생 2모작을 결행한 데 대해 작가는 "대기업을 나와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그만 두었을 때가 55세였고, 이후 59세가 된 지금에 와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고 술회했다.

특이한 이력의 작가를 초대한 갤러리 구하의 박현숙 관장은 지난해 여름 지인의 소개로 이관영 작가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박 관장은 "그의 그림을 보자마자 참신한 발상과 아름다운 색감에 바로 마음을 빼앗겼다"면서 "그의 첫 번째 전시를 갤러리 구하에서 열게 돼 올여름 더위를 날리는 시원함과 보람을 느낀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삶에 대한 회화적 탐구의 무대가 된 숲은 그에게 그림이 열리는 곳이며, 후기 인생의 무대다. 이관영 작가가 인생의 반 바퀴를 돌아 붓을 들고 만난 나무와 숲을 갤러리 구하에서 만날 수 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