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회관=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 지난 4~5월 한국 축구대표팀 관련기사에는 '올여름 기초군사훈련이 예정된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을 6월 A매치에 부르지 말자'는 팬들의 댓글이 줄지어 붙었다. 6월 2일 리버풀과의 2018~2019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르는 손흥민이 7일과 11일 각각 호주(부산), 이란(상암)과의 A매치 친선 2연전에 나서는 대표팀 일정까지 소화하기엔 힘들 거라는 게 이유다.
파울루 벤투(59) 대표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6월 A매치 25명 참가명단에 손흥민을 넣었다. 2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진행한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감독이라면 누구나 최고의 선수를 항상 선발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기본적으로 소속팀 일정을 따라야 하겠지만, FIFA가 지정한 A매치 데이에는 대표팀 일정을 따라야 한다. 손흥민의 경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일정으로)한 시즌이 길어지는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대표팀 특성상 손발을 맞추고 훈련할 시간이 부족하다. 지금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며 손흥민의 선발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와 토트넘간 합의에 따라 지난해 11월 A매치에 소집하지 않고, 아시안컵에서도 조별리그 3차전부터 활용한 사례를 들며, "우린 늘 선수가 처한 상황을 고려한다. 지금 시기엔 손흥민을 발탁해도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손흥민에겐 따로 연락해 '대표팀은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도 되니까 챔피언스리그에 일단 집중하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두 베테랑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동시에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이청용(보훔)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상황에서 손흥민은 이번에 뽑힌 25명 중 A매치 출전수(79경기), 득점(24골)이 가장 많다. 아무리 친선경기라지만, '유일한 프리미어리거' '대표팀 에이스' '주장' '베테랑'의 역할을 하는 손흥민을 배제하기란 아무래도 어려운 상황이다. 손흥민은 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도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할 선수다.
손흥민의 구체적인 합류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소속팀과 대표팀 일정을 고려할 때, 대표팀 소집일인 3일과 호주전 개최도시인 부산으로 이동하는 6일 사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협회 관계자는 "4일 혹은 5일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고 마찬가지로 늦게 합류할 예정인 권창훈(24·디종)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와 함께 손흥민 역시 호주전보단 이란전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은 "늦게 오는 선수들의 몸상태를 체크할 것"이라고 했다. 기초군사훈련 일정은 현재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손흥민은 지난 25일 처음 방송된 tvN 다큐멘터리 '손세이셔널-그를 만든 시간'에서 '국가대표'가 주는 중압감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소속팀과 달리 국가대표팀은 많이 부담된다. 명예롭지만, 책임감을 요구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할 일이 더 많다고 느낀다. 대표팀 경기를 할 땐 옆을 보게 된다. (그래서)슈팅을 잘 못 때리겠다"고 했다.
축구회관=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