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어휴, 사실 나는 그때 아픈 기억이 있어요."
'엘리트 of 엘리트' 서정원 전 수원 삼성 감독이 쓴웃음을 지었다.
서 감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통 엘리트다. 1990년 북경아시안게임,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1994년 미국월드컵 1996년 아시안컵 등 메이저 대회를 완전 정복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꾸준하게 대표팀에 합류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물론 서 감독에게도 '처음'은 있었다. 1987년 17세 이하(U-17)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다. 서 감독은 이 대회에서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팀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대회를 준비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서 감독은 "사실 나는 그때 아픈 기억이 있어요"라며 천천히 입을 뗐다. 사연은 이렇다.
그는 "캐나다로 이동하기 전에 마지막 평가전을 했어요. 어느 팀과 경기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연습경기 중 넘어진 상태에서 밟혔죠. 당시에는 발목을 다친 줄 알고 발목 치료만 받았어요. 조금 쉬면 괜찮아질 것으로 판단해 부상을 입을 상태로 캐나다에 갔죠. 실제로 시간이 흐르면서 발목은 괜찮아 졌어요. 문제는 다리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거에요. 캐나다에서 다시 검사를 했더니 정강이뼈 안쪽에 미세 골절이 난 거였어요. 그래서 저는 한 경기도 제대로 뛰지 못하고 구경만 하다 왔어요"라고 회상했다.
실제로 서 감독은 캐나다 대회에서 단 1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생애 첫 태극마크가 유독 아픈 기억으로 남는 이유다. 서 감독은 "대회 출전을 위해서 한 살을 줄였어요. 생일이 빨라서 '만 나이' 규정에 안 맞았거든요. 뼈 성장까지 확인한 뒤에야 1970년생으로 경기를 나갔는데,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했어요. 태어나서 첫 태극마크였고, 내가 팀의 대표 스트라이커였는데도 말이죠"라며 씁쓸한 미소를 흘렸다.
하지만 당시의 간절함과 아쉬움은 훗날 서 감독을 성장시킨 밑거름이 됐다. 서 감독이 브라질로 떠난 김정수호에 대한 관심이 더 큰 이유다. 그는 "나도 그 나이 때는 스타가 아니었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하는 연령대 선수들로 이뤄진 팀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우리나라 축구의 꿈나무다.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지금 이 선수들이 잘 커주면 훗날 손흥민(토트넘) 이강인(발렌시아)처럼 될 수 있다. U-17 월드컵이라는 좋은 기회를 통해서 선수들이 잘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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