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 내년 K리그 심판들의 중징계 내용이 팬들에게 공개된다. 그동안은 심판들의 권위를 존중해 일체 징계 여부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했다. 이 부분을 두고 팬들은 선수와 팀도 징계 내용이 다 공개되는데 심판만 예외를 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2020년부터 치명적인 오심이나 큰 파장을 불러온 판정의 경우 심판에 대한 징계 내용이 축구팬들에게도 알려진다.
2020년 K리그 심판 운영에 큰 변화가 있다. 대한축구협회(KFA)가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심판 행정의 단일화를 이루면서 몇 가지 변화를 주기로 했다. 골자는 그동안 심판들의 애로 사항을 해소해주는 대신 축구팬들이 요구했던 징계 사항도 중대할 경우 일반에 공개하기로 했다.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은 수 차례 논의를 통해 프로연맹이 담당했던 K리그의 심판 배정 및 교육 등을 축구협회로 이관하기로 했다. KFA는 지난 9월부터 프로축구연맹과 공동으로 업무 인수인계를 위한 TF팀을 꾸려 내년 시즌 K리그 심판 운영을 준비해 왔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심판 규정에도 심판 운영의 통일성을 위해 각국 협회에서 심판 배정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KFA는 단일화 과정에서 심판진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K리그 심판원들은 빠른 역할 배정을 희망했다. 또 거점 숙소에 모였다가 경기 당일 경기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동안 프로연맹은 심판진의 경기 및 역할 배정을 K리그 특수성을 고려해 최대한 미뤄왔고, 또 거점 숙소를 유지했다. 심판원들의 불편한 목소리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것 보다 그동안 심판들이 연루된 K리그 경기 판정에 공정하지 못한 사건 사고가 있었다는 점에 더 무게를 뒀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 K리그는 심판 매수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그러면서 축구팬들은 오심 등 석연찮은 판정이 나올 때마다 심판진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이제 K리그는 심판 판정 및 리뷰 시스템에서 여러 안전 장치를 두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이 빠르게 VAR(비디오판독) 시스템을 도입했고,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후 구단과 축구팬들의 판정 불만은 급격하게 줄고 있다. 일부에선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K리그의 심판 판정에 대한 신뢰도가 회복돼 가고 있다. VAR 도입으로 심판들이 고의적으로 오심하기는 정말 어렵게 됐다"고 말한다.
KFA는 이런 시점에서 심판 운영에도 변화를 주기로 했다. 심판 역할 배정을 현행 경기 시작 90분 전에서 4~5일(미정) 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올해까지는 경기 배정 심판 중 주심과 대기심의 역할 배정이 경기장 도착 후 통보됐다. 또 심판 배정 현황을 해당 심판은 물론이고 전 구단 및 모두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최대한 늦게 공개하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일찍 알려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해주고, 또 누구나 감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부에선 "프로연맹이 올해까지 해온 방식이 심판들에게 불편할 수 있지만, 구단과의 접촉을 차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고 말한다.
또 거점 숙소도 없애기로 했다. 예를 들어 울산에서 경기가 있더라도 하루 전 부산으로 이동했다가 경기 당일에 울산을 이동해야 했다. 이 제도 역시 해당 구단과 심판의 접촉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해당 심판진은 경기 당일 또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거점 숙소가 없어지면서 해당 심판은 바로 경기가 벌어지는 곳으로 이동해 일박한 후 여유있게 경기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원창호 KFA 심판위원장은 "K리그 심판 운영의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 심판 선발과 교육, 배정, 평가 등 모든 영역에서 더 엄격하고 세심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