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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U-20 도전' 김정수 감독 “선수들, 이강인-음바페처럼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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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특별한 게 있지 않을 것 같다."

질문을 받은 뒤 한동안 말이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다 겨우 꺼낸 답이었다. 김정수 19세 이하(U-19) 대표팀 감독의 말이다.

김 감독은 2019년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밝혔다. 그는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8강을 돌파했다. 한국은 역대 세 번째(1987년, 2009년, 2019년)째로 8강 무대를 밟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정수 감독의 '쎈' 삼촌 리더십

김 감독은 2020년 시작과 동시에 새 도전에 나선다. 그는 U-17 대표팀을 떠나 19세 이하(U-19) 대표팀으로 이동한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김 감독이 U-17 월드컵 준비 과정 및 대회에서 보여준 세밀한 계획 능력, 선수단 장악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U-19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김 감독은 "2020년도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특별한 게 있지 않을 것 같다. 그저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하겠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담담한 말과 달리 그의 머릿속은 벌써부터 복잡하다. 그는 "15, 16, 17세 대표팀을 거치며 가르치는 방법이 달라졌다. 16~17세가 되면 생각도 많아지고 회복 속도 자체가 달라진다. 그런 차이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머릿속을 꽉 채운 고민. 그의 경험에서 나온 숙제이자 해답이다. 지난 2014년 협회 전임지도자로 합류한 김 감독은 5년 넘게 유소년 대표팀을 지도했다. 그는 "연령별 대표팀은 심리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한다. U-17 월드컵에 다녀온 아이들만 봐도 알 수 있다. 각기 개성이 있다"고 말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 김 감독은 어떻게 팀을 하나로 모았을까. 그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아이들을 사로잡았다. 조금은 세지만 유머있는 '쎈 삼촌' 리더십이다. 김 감독은 "훈련 때 강하게 끌고 가는 스타일인 것은 맞다. 틀을 잡아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1년을 늘 함께 하는 게 아니다. 짧게 모여서 '탁탁' 훈련하고 끝난다. 이런 상황에서 틀마저 없으면 팀을 이끌어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쎈 축구는 그라운드 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U-17 대표팀은 전후반 90분 내내 강력한 압박과 스피드로 상대를 몰아붙인다. 김 감독은 "우리가 중점을 둔 것은 처음부터 압박과 반응에 대한 것이었다. 반응이라고 하면 속도라고만 생각할 수 있지만, 빠르게 판단해서 생각해야 하는 창의적인 힘도 포함된다. 화려한 것만 창의적인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U-17 대표팀 훈련은 힘들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불평 한 마디 없이 훈련에 매진한다. 에피소드가 있었다. 그는 "U-17 대표팀이 처음 모였을 때였다. 연습경기를 하는 데 초등학교에서 관람을 온 적이 있다. 끝나고 선생님들께 '느낀 것을 알려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초등학생들이 종이에 소감을 적어서 줬다. 정말 적나라했다. 그때 아이들이 대표의 무게감을 알았을 것이다. 비록 15세 어린 대표지만, 대표는 대표다. 이들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꿈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강인 그리고 음바페, '스타'가 되기 위한 준비

인터뷰 중이었다. '깜짝' 전화통화가 성사됐다. U-17 월드컵에서 추억을 쌓은 신송훈이었다. 김 감독은 "U-17 대표팀이 다 함께 모여 밥을 먹을 예정이라고 한다. 시간 언제 되는지 물어보는 전화다. 이 아이들과 지겹도록 밀당을 했었다"며 허허 웃었다. 이들은 지난 2017년부터 무려 3년 동안 함께 울고 웃은 사이다. U-17 월드컵 기간 중 선수들이 김 감독을 위해 5분 분량의 영상 메시지를 선물했을 정도.

그래서일까. 김 감독은 그 누구보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는 "20세 이하(U-20) 월드컵에는 이강인(발렌시아)이라는 스타플레이어가 있었다. 축구는 단체 스포츠지만, 스타의 존재는 분명 필요하다. 어린 선수들도 스타가 돼야 한다. 다만, '스타'라는 단어의 뜻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경기에서 필요한 순간 해결해줄 수 있는 선수가 되라는 의미"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킬리안 음바페(프랑스)의 이름도 꺼냈다. 김 감독은 "어린 나이부터 빠르게 프로에 가야한다. 음바페도 어렸을 때 프로에 갔기에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프로에 가는 것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가는 길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힘들지 않고는 상대를 이길 수 없다. 어떤 생각을 갖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세계 대회를 가느냐 못가느냐의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015년 칠레 U-17 월드컵에 코치로 다녀왔다. 많이 배웠다. 원칙을 잡고, 방향성을 가지고 갔다. 이번에 U-17 월드컵을 다녀와서 또 배웠다. 이제는 틀을 잡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세밀함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간에서의 디테일 등이 필요하다. 2020년은 '보완'의 해가 될 것 같다. 물론 단기간에 할 수는 없다. 앞으로 하나하나 채워가겠다. 일단은 코칭스태프 구성부터 해야할 것 같다"며 웃었다.

축구협회=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