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제자가 좋은 대우 받고 떠난다는데, 누가 못가게 하겠습니까."
대구FC는 시즌 개막 한 달여를 앞두고 졸지에 감독을 잃었다. 대구는 지난달 28일 안드레 감독과의 재계약 실패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2018년 FA컵 우승, 지난해 상위 스플릿 진출과 첫 아시아 챔피어스리그 경험. 안드레 감독이 대구를 떠날 이유는 없어 보였다. 구단도 안드레 감독과 일찌감치 재계약 방침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안드레 감독은 28일 오전 자신의 SNS를 통해 일방적으로 대구를 떠나겠다는 사실을 알렸다.
조광래 사장은 중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로 전지훈련을 조기 마감하는 것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중국 현지에서 안드레 건까지 터져 골머리를 앓았다. 30일 오전 선수단과 함께 귀국해 대처 방안을 급하게 논의했다.
조 사장은 안드레 감독과의 협상 과정을 얘기하며 깊게 탄식했다. 조 사장은 "P급 라이선스 교육을 위해 브라질에 갔다 중국 쿤밍 전지훈련장에 늦게 도착했다. 배려를 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최고 대우를 요구했다.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얘기를 해보려 하는데, 분위기가 묘하더라. 그러더니 27일 짐을 싸 한국에 들어가버렸고, 28일 자신의 SNS에 결별 사실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안드레 감독은 브라질에 떠나기 전 대구 구단측에 은근슬쩍 다른 오퍼가 있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구단은 처음 중국 구단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안드레 감독을 흔든 건 사우디아라비아였다. 2일 사우디 알 하즘이 안드레 감독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미 안드레 감독과 연결이 됐다고 소문이 난 구단이었다.
조 감독은 "안드레 감독은 내가 안양 LG 감독 시절 선수로 데려왔다. 대구에서 코치, 감독으로 기회를 줬다. 제자가 좋은 대우를 받고 팀을 옮긴다고 하면 누가 못가게 하겠나"라고 말하며 "문제는 태도와 순서다. 정해진 게 없다고 하면서도, 이미 마음이 떠난 듯 성의가 전혀 없었다.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건 좋지만, 그럴 마음을 먹었다면 더 일찍 구단에 귀띔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구단도 새 시즌을 앞두고 대안을 준비하는데, 우리는 안드레 감독이 이렇게 떠나버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 감독은 그러면서도 안드레 감독을 걱정했다. 조 감독은 "당장은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겠지만, 중동팀들은 성적이 안좋으면 가차 없이 감독을 경질한다"고 하며 "이렇게 떠나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여기에 안드레 감독은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구단 보도자료를 확인하고, 돈 때문에 가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표현을 삭제해달라는 요청까지 했다고 한다. 조 사장은 그 요청도 들어줬다.
안드레 감독이 간 알 하즘은 사우디 1부리그 소속팀이다. 올시즌 16경기에서 4승4무8패에 그쳐 16개팀 중 13위에 그치고 있다. 최근 리그 8경기 3무5패의 부진으로 강등 위기에 처하자 지난달 31일 루마니아 출신 다니엘 이사일라 감독을 경질했다.
조 사장은 "다른 방법이 없다. 이병근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승격시켜 시즌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 당장 어디서 새 감독을 영입하겠느냐"고 했다. 한국에 들어온 대구 선수단은 경남 남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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