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손(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어휴~ 감독님! 너무 빨라요!"
6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 KT 위즈 내야수들이 김재현 타격 코치의 펑고를 받다가 갑자기 이강철 감독을 향해 소리쳤다. 선수들의 '투정'에 이 감독은 너털 웃음을 지으면서 자리를 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날 훈련에서 KT는 타자들의 감각을 끌어 올리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내-외야수 별로 조를 짜면서 피칭머신, 배팅볼 투수의 공을 치고 펑고를 받으면서 공수 훈련을 펼치는 식이었다. 선수들은 각 연습구장마다 정해진 코스를 돌아가면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이 감독은 각 구장을 돌면서 선수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면서 새 시즌 구상을 펼쳤다.
한동안 이어지던 이 감독의 발걸음은 김 코치가 진행하는 펑고 코스에서 멈춰섰다. 박스에 담긴 공을 집어 배트를 돌리는 김 코치가 안쓰러웠던지 이 감독이 곧 곁으로 다가갔다. 이 감독은 흡사 훈련 보조 요원처럼 김 코치 옆의 박스 앞에 앉아 바쁘게 공을 집어 김 코치에게 던져주면서 훈련을 도왔다. 제자, 후배 코치의 훈련 진행을 돕고자 하는 이 감독의 속정이자 화기애애한 KT 캠프 분위기의 단면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선수들이 볼멘(?) 소리를 했다. '훈련 도우미'인 이 감독이 김 코치에게 빠르게 공을 던져주면서 훈련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 황재균과 박경수가 이 감독의 공 전달 속도가 '너무 빨라서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자, 이 감독도 "내가 생각해도 너무 빠른 거 같다"고 껄껄 웃었다.
이 감독이나 선수들 모두 소통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오태곤의 프리배팅을 지켜본 이 감독이 "또 기대하게 만든다"고 웃자 오태곤은 "한번 두고보시라"며 씩 웃으며 맞받아쳤다. 그동안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박세진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먼저 이 감독에게 다가갈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감독이 취임 첫 해였던 지난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원칙과 일관성, 소통이었다. 무한경쟁을 통해 가능성을 증명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소신을 흔들림 없이 지키되, 선수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원팀'을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시즌 초반 흔들리던 KT는 창단 후 최다 연승(9연승) 기록을 쓰면서 반전에 성공했고, 시즌 말미까지 5강 경쟁을 펼쳤다. '만년 꼴찌'로 불렸던 KT는 올 시즌 5강 경쟁의 다크호스로 불릴 정도로 달라졌다. 끈끈한 신뢰 속에 뭉쳐진 KT의 힘은 올해도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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