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미국에서도 코로나19 여파가 커지는 가운데,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나란히 플로리다에 발이 묶였다. 오도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7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93명에 이른다. 사망자 수만 보면 중국 이탈리아 이란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전세계 6위다. 새롭게 발견되는 확진자 수가 차츰 줄어들고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의 코로나19는 확대 일로다.
때문에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선수들의 단체 훈련을 금지하는 한편, 자택 혹은 연고지내 거주지로 복귀하도록 권유했다. 또 소속팀에는 스프링캠프 시설을 닫도록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플로리다 현지의 소속팀 스프링캠프에 머물고 있는 류현진과 김광현의 입장은 난감함 그 자체다.
캐나다 정부는 17일(한국시간) 외국인 입국 금지를 발표했다. 캐나다와 미국 시민권자 및 그 직계 가족, 외교관을 제외한 외국인은 캐나다에 들어갈 수 없다. 문제는 토론토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미국 영토 밖에 위치한 팀이라는 점. 졸지에 류현진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신세가 됐다.
한국으로 돌아오기도 쉽지 않다. 비교적 방역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나 한국도 코로나19에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향후 캐나다나 미국 입국이 막힐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류현진은 혼자가 아니라 임신중인 아내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는 것도 부담스럽다. 류현진으로선 더니든의 스프링캠프에 머무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다.
물론 이것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토론토의 찰리 몬토요 감독은 캠프에 남을 선수의 수를 20명 정도로 추산했다. 구단 측은 이들을 위해 훈련장을 개방한 상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이 연고지로 철수한 만큼, 식사 등의 혜택도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다. 아직은 그나마 개인 훈련을 할 수 있지만, 향후 마이애미 말린스나 텍사스 레인저스처럼 캠프가 해산될 가능성도 있다.
김광현 역시 딱한 처지다. 올해 빅리그 데뷔를 준비중인 김광현은 아직 미국 현지에 정착지가 없다. 스프링캠프 참석 후 정규 시즌 개막을 겨냥해 주피터에 숙소를 단기 임대했지만, 이달말 계약이 만료된다. 당초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오는 27일 개막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호텔에 머무는 방법 뿐이다.
세인트루이스도 토론토와 마찬가지로 아직 캠프를 개방한 상태지만 최소한의 인력으로만 운영된다. 빅리그 첫 시즌을 맞이하는 김광현으로선 코칭스태프 등 선수단의 도움 없이 시즌을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함께 캠프에 머물던 콜튼 웡, 폴 데종 등 동료들은 귀가를 준비중이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김광현은 당분간 주피터에 더 머물 예정이다. 김광현은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정규 시즌 개막 전까지 롱토스 정도의 훈련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MLB 사무국은 이날 '리그 개막을 최소 5월 10일 이후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현지에서는 이미 '6월 개막을 준비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광현은 오는 7월 세인트루이스를 찾은 가족들과 상봉할 예정이었지만, 이 또한 어려워졌다. 정규시즌 소화도 어려운 만큼 올스타 브레이크는 취소 위기다.
스프링캠프 4경기에서 8이닝 동안 5안타 11탈삼진 무실점으로 '무력 시위'를 마친 김광현으로선 선발 로테이션 진입도 불확실해지는 피해가 겹쳤다. 당초 세인트루이스는 주력 투수 마일스 마이콜라스가 부상으로 이탈함에 따라 5선발을 다투던 김광현과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를 모두 선발로 투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막이 늦어지면서 마이콜라스는 부상을 회복할 시간이 생겼고, 세인트루이스의 마이크 실트 감독은 보다 차분하게 고민하게 될 전망이다. 직접 경쟁자인 마르티네스는 올스타 2회 경력의 보유자이며, 세인트루이스에서만 8번째 시즌을 앞둔 베테랑이다. 지난해에는 팀 사정상 마무리 역할을 수행했지만, 2015~2017년 3년간 42승을 거두며 핵심 투수로도 활약했던 선수다. 현재 예정대로 5월 중순에 개막한다 해도 아직 2개월 가까이 남았다. 김광현의 활약에 고무됐던 마이크 실트 감독의 생각이 바뀌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가능한 많은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시즌 종료가 늦어지더라도 162경기를 모두 치르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다. 예측할 수 없는 코로나19의 기세가 많은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