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보드카 한잔 마시고, 사우나 푹 하면 되지."
때로는 무지가 용기로 포장되기도 한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협 앞에서 유일하게 대담함을 잃지 않는 나라가 있다. 심지어 자국 프로축구리그도 아무런 문제없이 이미 지난 3월에 개막했다. 문제는 이런 결정이 철저한 대비책으로 코로나19의 위협을 이겨내서 나온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 나라의 대통령이 내세우는 방법이라는 게 고작 '보드카 마시기'와 '사우나 하기'다. 러시아 인근의 벨라루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영국 BBC와 스카이뉴스 등은 30일(한국시각) 코로나19의 위협에 무신경한 벨라루스 근황을 전했다. 벨라루스는 다른 유럽 국가와는 달리 코로나19로 프로리그를 중단하지 않았다. 이미 지난 3월에 예정대로 리그 개막을 강행했다. 지난 주말에도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경기에 많은 관중이 입장했다. 관중들은 거의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알렉산더 루카셴코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됐다. 아이스하기 선수 출신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9일에 직접 아이스하키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그는 "스포츠는 최고의 안티 바이러스 치료제"라며 "무릎을 꿇고 사느니 두 발로 선 채 죽는 게 낫다"는 극단적인 발언을 했다. 코로나19의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어 그는 아이스하키를 중단할 수도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능하겠지만 왜 그래야 하나? 이해를 못하겠다. 여기에는 바이러스가 없다"면서 취재진에게 "바이러스가 떠다니는 게 보이나? 나는 안보인다. 여긴 매우 추운 곳이다"라고 답했다.
옛 소련 연방에서 독립한 벨라루스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인접한 인구 950만의 작은 국가다. 현재까지 9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유럽에서도 극히 적은 확진자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얼마 전 국민들에게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매일 50㎖의 보드카를 마시라고 권유하다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언과는 완전히 상충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